[조선일보 제공] 정부가 ‘EBS 수능방송’을 도입한 데 이어 대학 입시를 내신 위주로 바꾸기로 함에 따라 ‘학교·학원’ 프리미엄이 있는 서울 강남권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강남권 학교가 오히려 입시에 불리한 새 대입제도가 도입되면 ‘탈(脫)강남 바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팀장은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내신 성적을 위해 ‘강남’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컸던 88년의 경우에는 강남구 32평형이 평균 9430만원, 노원구 32평형이 평균 6345만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강남구(7억449만원)와 노원구(2억1261만원)의 가격차는 3배가 훨씬 넘는다. 이처럼 가격차가 커진 것은 ‘학원·학교’ 변수도 상당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강남 부동산의 하락 가능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으로 인한 초과수요는 줄겠지만 중상류층 주거지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는 데다, 강북에 비해 교통·편의시설 등이 우월하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가격이 하락하면 유입수요가 다시 늘어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학생이 없는 노년층도 강남이 갖는 상징성과 편의성 때문에 강남을 떠나지 않고 있다”며 “강남의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진다면 강남권 유입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지에 상관없이 강남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치솟은 단지들은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매매가의 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는 전세가는 이미 EBS수능방송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여름 방학을 이용, 유명학원이 밀집한 강남으로 이사하려던 수요 때문에 연례적으로 치솟던 강남 전셋값은 올해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전셋값은 연초보다 4.41% 떨어졌다. 이는 서울 평균(1.61%)보다 3배쯤 높은 것이다. 특히 ‘학원 특구’로 불리던 대치동은 9.01%나 하락, 강남에서도 가장 많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