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신경염은 급성어지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로,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전정신경 및 미로의 염증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러한 염증의 원인으로 잠복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나 미로의 말초혈행장애 등 다양한 기전들이 제시되어 왔으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미상으로 남아있었다.
신경과 이선욱 교수, 이비인후과 박의현 교수 연구팀으로 구성된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이안과 연구소는 전정신경에 발현되어 있는 GQ1b강글리오사이드 자기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이 전정신경염의 발생과 연관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2019년 부터 2023년 사이에 급성어지럼으로 발현하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내원한 105명의 전정신경염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11%의 환자들은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가 양성으로 확인됐으며, 항체가 없는 환자들에 비해 양측 전정신경의 기능이 동시에 손상된 양상이 33%에서 관찰되었다. 치료와 함께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항체는 음전되었으며 환자들의 전정신경기능이상도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연구팀은 “급성어지럼의 발생에 전신적인 자가면역이상이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 미상으로 남아있던 여러 가지 어지럼 질환들의 발생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또한 어지럼을 일으키는 여타 질환들의 이론적 배경 및 향후 면역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Clinical features and neurotological findings in patients with acute unilateral peripheral vestibulopathy associated with antiganglioside antibody’의 제목으로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신경과학회지 ‘신경학(Neurology)’ 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