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내몰렸던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그간 밀린 이자 상환에 성공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비구이위안, 나아가 중국 경제가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공사 현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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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7일 만기된 액면가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 규모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을 채권자들에게 지급했다. 채권 만기와 함께 지급해야 했던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비구이위안은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30일 동안의 유예기간까지, 즉 이날까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디폴트가 현실화할 상황이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지난주말 39억위안(약 7100억원) 규모 채권의 상한 기한이 3년 연장되면서 비구이위안이 숨통을 튼 것으로 봤다.
당장 디폴트 위기는 넘겼지만 비구이위안이 회생하기는 녹록지 않다. 비구이위안의 부채는 상반기 기준 1조 3600억위안(약 24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규모만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비구이위안이 이 같은 채무를 감당하긴 쉽지 않다. 특히 비구이위안의 개발 사업장은 다수가 경기 악화에 취약한 중소도시에 몰려 있다. 현재 비구이위안의 달러화 채권 가격은 액면가 1달러당 9~14센트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서 비구이위안의 청산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크리스티 헝 애널리스트 등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비구이위안은 디폴트를 면한 후에도 유동성 악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에 대한) 구매자에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비구이위안의 매출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 시장 위기가 다른 분야로 옮겨 붙지 않도록 부양책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몇 주 새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우대를 위한 무주택자 기준을 완화하고 계약금 비율을 완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기를 진정시키기엔 중국 정부 부양책 강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위기가 중국 경제의 전반적 둔화와 맞물려 있기에 더욱 그렇다.
영국 금융회사 하그리브스랜즈다운의 시장 책임자인 수재나 스트리터는 “내수 수요가 약하고 중소 도시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부문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모기지를 확대하려는 부양책은 환영스럽지만 부동산 부문 신뢰를 회복하고 위험에 노출된 부동산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더 큰 지원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