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까지 가세…국내 15개사 러시아 백신 위탁생산 추진

휴온스 컨소시엄, 월 1억 도즈 생산시설 구축
지엘라파 컨소시엄, 6.5억 도즈 계약 후 기술이전
또다른 백신 ‘코비박’도 위탁생산 계약 진행 중
방역당국 러시아 백신 도입 ‘미온적’…EMA 승인 관건
  • 등록 2021-04-16 오후 2:58:48

    수정 2021-04-16 오후 2:58:48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여태까지 물망에 오른 회사들만 총 15개사다. 일부 회사들은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 계약까지 완료했다. 전 세계적인 백신 부족 현상으로 접종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가운데 국내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휴온스글로벌, 스푸트니크V 백신 기술 이전 계약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온스글로벌(084110)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휴메딕스(200670), 보란파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컨소시엄은 러시아 국부펀드(RDIF)로부터 백신 생산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아 오는 8월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휴온스글로벌은 각 사의 역량을 동원해 월 1억 도즈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는 “RDIF측 요청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생산 기술과 시설, 품질 관리를 보유한 4개사가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달 착공한 충북 오송 백신센터에서 해당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백신센터는 올해 8월 시험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9월부터는 2000리터 배양규모 배치의 본 생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이전을 준비 중이다. 특히 회사는 관계사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334970)의 특허기술인 ALITA 스마트 바이오팩토리 싱글유즈(Single-Use) 시스템을 활용해 단시간 내 백신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사진=로이터)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지엘라파(자회사 한국코러스 포함)는 RDIF와 연간 1억5000만 도즈(1회 접종분) 생산계획을 맺고 같은 해 12월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해 첫 해외 선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초에는 이수앱지스(086890), 바이넥스(053030),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보령바이오파마, 종근당바이오 등 7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5억 도즈를 추가 생산하기로 했다. 이들 중 이수앱지스는 가장 먼저 기술이전 계약을 완료했다. 이르면 4월말부터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이수앱지스 공장에서 시생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지엘라파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도 순차적으로 기술이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DIF로부터의 기술이전이 완료되고 업체들의 생산체계가 갖춰지면 지엘라파 컨소시엄에서는 연간 6억5000만 도즈,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에서는 월간 1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1년내 10억 도즈가 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러시아 백신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쎌마테라퓨틱스(015540)는 GC녹십자(006280), 휴먼엔(032860) 등과 협력해 러시아의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의 국내 위탁생산 유치에 나섰다. 지난달 러시아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 핵심 인력들이 방한해 녹십자 화순공장과 오창공장, 경북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등을 둘러봤다.

최근 쎌마테라퓨틱스가 2020사업연도 감사보고서 감사의견이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기 위기에 몰렸지만 회사는 러시아 백신 수주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휴먼엔은 이날 코비박의 국내 위탁 생산과 아세안 국가 총판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엠피코포레이션(MPC)을 대상으로 7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웰바이오텍(010600)도 MPC에 70억원 투자를 추진하며 사업 합류를 알렸다. 쎌마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코비박 백신 수주 작업은 계속 추진 중”이라면서 “RDIF와의 계약도 몇 달이 걸린만큼 추마코프연구소와의 백신물량, 생산시기 등의 논의도 차츰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만’…EMA 승인이 중요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자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인간 감기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이용하는 전달체 백신이다. 지난 2월 초 권위 있는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 이상이라는 3상 결과가 실리면서 백신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UAE, 이란, 아르헨티나, 알제리, 헝가리 등 전 세계 60여개국이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이달 초부터 심사에 들어갔다.

코비박은 러시아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백신이다. 불활성화된 코로나19를 인체에 투여해 항체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코비박은 지난달부터 30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정부의 긴급승인을 받아 지난 2월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백신 공급 부족사태에도 러시아 백신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EMA와 같은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으면 정부도 국내 도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국제적인 의학전문지를 통해 객관적인 임상결과를 내놨고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고 있어 쉽게 검증할 수 있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방식의 백신이어서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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