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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신약을 라이선스 아웃하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최종 목표는 신약의 상업화이지 신약의 기술수출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이 바이오 기업 대표의 지적처럼 최근 들어 신약의 기술 수출에 성공하는 국내 기업들이 급격하게 생겨나고 있다. 계약금 전체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대규모 라이선스 아웃도 심심찮게 성사되는 형국이다. 국내 기업들의 신약기술을 매입하는 상대방은 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신약의 기술수출을 이뤄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대개 신약의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신약기술의 라이선스 아웃은 그간 시장과 업계로부터 찬사의 대상으로 자리잡아왔다.
신약의 상업화까지 거쳐야하는 지난한 과정을 보면 국내 업체들이 기술 수출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현실을 중시하는 현명한 사업전략이라고도 볼수 있다. 실제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을 거쳐 상업화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0여년에 걸쳐 수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나마 신약후보물질 발굴에서부터 신약 상업화까지 도달할 수 있는 확률도 1만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희박하다.
이런 척박한 경영환경에서 자금력 및 글로벌 상업화 경험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이 신약의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자체적으로 이뤄내기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나 높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 한국이 제약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신약의 상업화는 이제 피할수 없는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메이저 제약사들조차 연간 매출이라야 기껏 1조원 안팎인 가량을 올리는 상황에서 신약의 상업화를 기업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서는 언감생심이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정부는 기업들의 신약개발을 지원하는데 있어 혁신적인 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개발 분야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정책지원의 중심 축을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2상, 3상으로 이동해야 신약의 상업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수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판단이다.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는 지난 2018년 기준 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라는 신약 하나로만 매출 22조원을,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로 13조원을 각각 거둬들였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는 아직까지 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단 1개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신약의 기술수출보다는 상업화를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한단계씩 진척해 나가면서 신약의 상업화를 이루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높게 평가받고 전폭적으로 지원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 바이오기업 대표가 제시한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블록버스트 신약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