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은행들은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한 수익성 문제가 다소나마 해결될 수 있다며 내심 반기고 있다.
그동안 2금융권을 이용했던 고객 입장에서도 금융기관 간 LTV, DTI 한도가 같아지면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돈을 빌리는 게 오히려 이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으려 해도 한도 문제가 걸려 어쩔 수 없이 고금리 부담을 떠안고 제2금융권을 찾아야 했다.
상호금융 “은행에 고객 다 뺏길 것”..전전긍긍
결국 같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더 많이 빌릴 수 있었던 제2금융권은 폭탄을 맞은 셈이다. 특히 5월말 기준 주담대 잔액이 55조5000억원에 달하는 상호금융업계가 당장 발등에 떨어지는 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상호금융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도 고객들이 상호금융을 찾은 것은 시중은행보다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규제 완화로 고객 이탈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에도 대책이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주담대를 받으려는 고객 입장에선 DTI 규제 등이 풀려 금리가 싼 시중은행을 이용하기가 쉬워진 만큼 굳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가계대출에서 주담대(1조원 가량)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개인대출을 많이 하는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 업계에 비해선 타격이 덜할 것으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제2금융권에서는 결국 은행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들만 몰려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상호금융의 다른 관계자는 “그나마 신용등급이 높았던 고객들이 이탈하면 (부실) 개연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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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부동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과거처럼 집값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경향도 사그라진 만큼 수익성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B은행 관계자는 “LTV 비율이 70%로 조정된 데 반해 경락률(집값 대비 낙찰가 비율)이 8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우려되는 건 집값이 하락했을 때”라며 “가정이긴 하지만 집값 하락 기조가 이어진다면 가계부실이 더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보험사는 표정관리에 나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 고객이 대출을 갈아탈 때 보험사보다는 은행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분위기를 더 파악해야겠지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닌 만큼 마케팅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급증해온 제2금융권 대출이 은행권으로 옮기면 대출의 질적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책 추진 과정에서 금융안정에 문제가 없도록 가계부채 추이와 잠재위험 요인 등을 자세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