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경기 회복 속도가 더뎌 장기추세 수준 복귀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과 대외 불안에 따른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가계부문 체질개선과 기업부문 구조개혁을 위해 무차별적 금리조정보다는 총액한도대출 등 신용정책을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최근 확대된 환율변동성에 대한 완충제도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하성근 위원만이 25bp 인하를 주장했다. 김중수 총재를 포함한 6명의 금통위원들은 금리동결에 손을 들었다.
금통위원들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지난 1월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내 실물경제 역시 기조적인 흐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진단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1월 금통위 이후 국내외 경제여건을 보면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금통위원도 “국내 실물경제의 기조적인 흐름에 큰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내외 경제여건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고용과 주택시장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도 수출과 생산,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 개선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유로지역은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는 등 경제활동이 부진하다는 진단이지만 심리지표가 개선되는 모습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실물경제 회복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진단이 주류를 이뤘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지표가 월별로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고, 회복속도 역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더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금통위원은 “계절적 요인과 특이요인 등으로 지난해 12월과 금년 1월 실물지표의 움직임이 엇갈리는 모습”이라면서도 “기조적인 경기흐름은 지난달 전망했던 성장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가 장기추세 수준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 요인도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소비·투자 등 내수지표들이 월별로 증감을 반복하면서 더딘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 역시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미국에서는 재정감축과 정부 부채한도 증액이, 유로지역에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위험으로 잠재해 있다고 봤다. 북한 3차 핵실험에 따른 향후 국제사회 대응과 북한의 반응도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하 위원은 여기에 엔화 약세로 인한 주요국간 갈등 고조 가능성도 글로벌 경제 하방위험이라고 봤다.
◆ 하 위원 정책적 선택에 의한 ‘인하’
하 위원은 국내 경제의 활력에 필요한 정책적 선택으로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성장 잠재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 인도, 콜롬비아, 터키 등 상당수 신흥시장국들이 추가 금융완화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와 수입물가 안정 등으로 물가불안 우려가 낮아지고 있는데다, 민간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이 취약하고 저성장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인하 필요성으로 꼽았다.
◆ 인하보단 총액한도대출 활용을..금리정책 경기대응 개선방안 모색해야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성장잠재력 확충 측면에서 가계부문 체질개선과 기업부문 구조개혁이 바람직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측면에서 무차별적인 금리조정보다는 복잡다기하게 흩어져 있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맞춤형 제도로 혁신하는게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총액한도대출 등의 신용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금리정책의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수단의 파급경로와 효과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출구전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선진국 출구전략에 대비해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조합과 시점의 선택으로 정책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용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확대된 환율변동성에 대한 완충제도 마련 필요성도 제기됐다. 앞선 금통위원은 “경제주체들의 환위험 관리능력을 배양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다른 금통위원 역시 “환율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동시에 이를 완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 중국 통화스왑자금을 한·중 무역결제에 활용하는 것과 같이 양자간 정책협력과 G20 협의를 통한 다자간 정책공조 등 여러 형태의 국제적 정책수단을 적극 개발하고 활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