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1분기 흑자전환으로 한껏 고무됐던 현대그룹은 이번 약정 체결로 자산 매각은 물론, 현대건설 인수도 수포로 돌아갈까 우려하고 있다.
대북사업 중단으로 어려운 시점에 구조조정 고비까지 만나면서 현대그룹 내부는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재계 19위 현대그룹 "외국 선사와 역차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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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재계 2위), 현대중공업(재계 8위) 등이 계열 분리한 현재 현대그룹의 위상은 지난 1990년대와 비교하면 크게 위축됐다.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그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재계 19위를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는 현대상선(011200), 현대증권(003450), 현대엘리베이(017800)터 등 상장사 3개사다. 이중 현대상선이 그룹 매출의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북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못 미친다.
약정 체결 기준이 된 작년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상선은 매출 6조9386억원, 영업손실 5764억원, 순손실 837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77%(연결 기준 284%)였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해운업 특성과 올해 1분기에 흑자 전환한 실적을 들며 약정 체결의 부당함을 호소해왔다.
◇`현대건설` 인수 불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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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1분기 흑자 실적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약정에 강하게 반발한 이유에 대해 금융권은 현대건설(000720) 인수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 빼놓지 않고 현대건설 인수를 내세울 정도로 강한 인수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약정을 체결하면 인수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만큼 현대그룹은 당혹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약정을 체결하면 자산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낮춰야 하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에게 현대건설의 의미는 종가로서의 복권인 동시에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의 경영권이다.
현대건설은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일으킨 그룹의 모태로,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한화그룹 다음인 재계 14위로 그룹 위상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해, 현대중공업과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현대건설을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강산 자산 몰수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대북사업과 재무개선약정 체결 등 현대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그룹도 해법 마련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모두 단기간에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인 만큼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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