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인도와 베트남에서는 급격한 자금 유출이 이뤄지면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가운데 리스크가 갑자기 부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가와 금속 등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에 편승해 증시가 강세를 보였던 러시아와 브라질 등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설 가능성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이머징 마켓이 지난해의 눈부신 랠리를 접고 약세장으로 진입할 조짐을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조정을 거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률이 40~80%에 이르는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해~올해 1분기와 같은 랠리는 당분간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 자금이탈에 시달리는 인도증시
인도 센섹스30 지수는 지난 7일 버냉키 쇼크 때문에 200포인트 하락해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만 선이 무너졌다. 지난 달 11일 최고점을 기준으로 무려 20%나 빠졌다.
미국과 유럽의 긴축과 인도의 경상수지 악화 전망 때문에 외국계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증시가 추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둔화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경상수지 악화와 루피화의 가치하락이 예상돼 지난달 11일~이달 7일 사이에 빠져나간 외국계 자본은 27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올 들어 유입된 외국 자본 60%가 빠져나간 셈이다.
ABN 암로 자산운용의 미르 보라는 "외국인과 내국인 자금의 이탈 추세가 계속 될 것으로 보여 주가 하락 압력은 더 가중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의 외환 보유고가 올 3월 말 기준 1500억달러에 달해, 경상수지 적자가 올 예상치인 300억달러 선을 넘어선다고 해서 급격한 루피화의 가치하락은 일어나기 힘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국계 펀드들이 환차손 규모를 너무 크게 추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달려
러시아 증시는 2004년 단 3~4%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80%가 넘는 오름세를 연출했다. 브라질 상파울로 증시도 50% 이상 뛰었다.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한 게 두 증시 대세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경제가 둔화해 에너지와 원자재 소비가 줄어들 경우 두 나라의 경제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지난달 중순 이후 대세상승이 한 풀 꺾였다.
HSBC의 이머징 증시 전략가인 존 로맥스는 “브라질 증시는 3~6개월 정도 조정을 받은 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베트남, 10년 꿈의 포기?
일반 시민들이 대세상승에 취해 "내 아들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투자한다"며 뛰어들었던 베트남 증시도 버냉키 쇼크에 5% 남짓 급락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마구 내던지며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베트남 투자자의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올 초 투자은행 메릴 린치가 베트남 주식을 '10년을 보고 살 자산'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주가는 1분기에만 80% 비상했다. 상장 종목이 30여개에 지나지 않은 시장에 투자자 5만명이 몰려들었다.
PXP 베트남 자산운용의 도안 베트 다이 투는 "(개인 투자자들이) 현재 옆 사람의 말만 듣고 무조건 팔아치우고 있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베트남 경제와 상장기업의 가치를 반영해 주가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머징 시장은 선진 시장과 견주어 상대적으로 시장 크기가 작기 때문에 국제자금의 순간적인 변화로도 언제든지 급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제 움투기 시작한 베트남 증시는 언제든지 비상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