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월트디즈니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마이클 무어의 영화가 정상 배급될 전망이다.
미국 일간지 데일리버라이어티는 무어 감독의 비판 다큐멘터리 `화씨 911(Fahrenheit 911)`가 오는 7월 2일 정상 배급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월트디즈니의 자회사 미라맥스가 제작을 맡은 이 영화는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 일가의 오랜 유대관계를 폭로하고 911 전후에 부시가 취한 행동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10년전 미라맥스 인수 당시 맺은 계약을 근거로 배급을 반대해 무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대표적 좌파감독 무어는 디즈니가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제프 부시가 주지사로 재직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소재 디즈니 테마파크 조세 감면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 배급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문은 미라맥스가 프랑스 배급회사 와일드번치에게 영화 배급권을 이양, 와일드번치가 영화 배급을 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라맥스가 이미 전세계 배급 일정의 95%를 완료한 상태며 한국, 홍콩, 대만 등 몇몇 지역의 배급 일정만 잠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와일드번치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브라힘 시오와는 "마이클 무어의 영화라는 점, 영화 주제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에서 반드시 이 영화를 배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내 개봉도 무리없이 단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오와는 "만약 이 영화가 미국 내에서 개봉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마이클 무어나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며 "미국 내 개봉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세 감면 때문에 영화 개봉을 막았다는 무어의 주장과 관련,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아이스너는 "영화배급과 조세감면 문제를 논의한 적도 없다"며 "무어의 주장은 완전한 사실 무근이며 우스꽝스러운 짓"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무어는 ABC, CNN, BBC 등 세계 주요 언론에 출연해 "디즈니가 수 백만달러의 세금 감면 조치를 잃을까 두려워 영화 개봉을 막고 있다"고 거듭 성토했다. 무어와 그의 에이전트 아리 에마누엘은 아이스너 회장을 공개 고소하기도 했다.
어쨌든 여론은 무어의 편에 서 있는 듯 보인다. 미국 뉴저지주 상원의원인 민주당 프랭크 로텐버그 역시 "디즈니는 정치적 이유를 들어 왜곡된 오너십을 행사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세계 각국 배급회사들도 영화 개봉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영국 배급사 옵티멈역시 이번 여름에 이 영화를 영국 내에서 개봉하겠다고 밝혔다. 옵티멈 관계자는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팰컴미디어, 이탈리아의 BIM 등도 이같은 행렬에 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