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베테랑 투자자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6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강타한 이번 주가 급락사태가 1987년 ‘블랙 먼데이’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이 폭락을 경험할 순 있지만 실물 경기에 큰 충격을 줄 만큼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경기침체 우려가 주가 폭락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긴 했지만, 우려만큼 심각하지않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과 일본의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이 보다 컸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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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987년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고, 주가지수는 그해 8개월 동안 무려 3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시의 과열 양상이 심해졌고, 하락의 불씨만 피어 오르면 주식을 매도하겠다는 기류가 팽배했다. ‘블랙먼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10월 19일 월요일 다우지수는 22.6%, S&P500지수는 20.4% 갑작스레 고꾸라졌다. 주가가 떨어지자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 콜)와 자동 매매가 잇따르면서 매도세를 부추긴 것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연준이 유동성을 쏟아부었고 증권사들은 도산하지 않고 버텼으며 금융시장은 2년 내 손실을 모두 회복했다. 금융시장에만 일부 타격이 있었을 뿐 실물 경제엔 큰 영향이 없었다.
이번 폭락 사태도 이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고금리 장기화에도 불구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올 들어 주가는 급등했고, 고점 논란이 계속 이어졌지만 주식시장은 버텼다. 정작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지만, 갑작스레 경기침체 우려가 터지면서 주식시장이 폭락을 시작했다. 특히 일본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연준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작됐고 주식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지난 1일 공개된 ISM 제조업 PMI는 46.6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지만, 정작 미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확장하는 모습을 띤 것이다. 야데니 대표는 “고용시장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이고 “미국 경제는 성장하고 서비스부문은 잘 굴러가고 있다”면서 “이번 패닉셀은 경기침체로 이어지기보다는 시장의 기술적 일탈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크다고 연준이 ‘엘레베이터’식 금리 인하에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가에서 ‘와튼의 마법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 전략가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긴급으로 75bp(1bp=0.01%포인트)를 인하하고 9월 정례 FOMC에서 추가로 75bp 인하를 해야한 다”며 “이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과감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연준을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연준은 월가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수개월 누적된 데이터 궤도를 분석해 결정을 내리는 데다, 자칫 긴급조치를 내릴 경우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신호를 주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임무는 한달 간 고용지표 약세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예상보다 일자리 숫자가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침체 같지 않다”며 “소비자 연체 증가 등 몇가지 경고 지표가 있지만 경제성장은 상당히 안정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일은 증시에 대한 게 아니라 고용을 극대화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고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