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진로, 그 보이지 않는 손

  • 등록 2003-09-18 오후 7:25:25

    수정 2003-09-18 오후 7:25:25

[edaily 하수정기자] 외국계 자본이 이젠 낯설지가 않습니다. 어려웠던 IMF위기 당시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조정에 맞춰 들어왔던 외국계 자본이 이제는 우리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했습니다. 오죽하면 토착 상품인 "소주"회사의 주인이 되는 상황까지 생각해야만 하는 지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자를 놓고 `신(新)사대주의`라는 말도 나올 법합니다. 산업부 하수정기자가 법정관리 공방을 벌이고 있는 진로의 외국자본에 대해 얘기합니다. 골드만삭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진로. 옛경영진과 회사가 항고를 했기 때문에 며칠 안에 서울고법이 법정관리로 갈지, 아니면 화의로 되돌릴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법정관리를 가야한다는 골드만삭스, 화의를 통해서도 회생가능하다는 진로측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항고심 결정에 불복하는 쪽은 재항고를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승패가 끝나지 않았는데 정작 진로의 항고심을 어떤 방향으로 이미 결정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로측 변호인인 덕수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싸워볼 만한 가치가 있어 맡기는 했지만 앞으로 갈수록 부딪치는 벽이 두텁기만 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곤혹스러워 합니다. 진로의 변호인은 정리절차에 대한 1심을 변호했던 법무법인이 자포자기 상태였던 것을 항고심까지 끌고 왔지만, 이겨야 할 상대가 결코 골드만삭스 하나만은 아닌 것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상대는 골드만삭스 하나뿐이 아닌가요? 다른 세력이란 도대체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요? 세계 최대규모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특히 부실채권 매매나 인수·합병 관련 투자의 성공신화로 유명합니다. 최근에는 일본 내 2위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부실채권정리 전문회사를 세우고 일본의 부실채권인수나 부동산 매입등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또 중국의 부실채권에도 큰 관심을 보이면서 중국 3위 중국건설은행과 5억달러가 넘는 부실채권 매각작업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IMF 당시 한국 정부도 큰 신세를 졌습니다. 40억달러 규모의 외환평형기금 채권의 발행을 주선한 매각주간사였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시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을 꿀 수 있게끔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로서는 큰 은혜(?)를 입은 것이지요. 다시 2003년으로 돌아와서,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땅을 밟았습니다.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여러 금융 인사들을 만나고 골드만삭스 부회장과 악수도 나누었습니다. 이 시점은 공교롭게도 서울지법이 진로의 화의취소 및 회사정리절차 개시를 결정한 5월14일보다 딱 하루 전인 13일(현지시간 12일)이었습니다.그날 모 방송국 9시뉴스에서는 두사람의 악수장면이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뒤, 공교롭게도 국내 채권단의 60%이상이 법정관리를 반대했는데도 법원은 법정관리를 결정했습니다. 항고심을 며칠 앞둔 요즘도 분위기는 진로측에 불리합니다. 검찰이 1년동안 내버려둔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을 전격 구속했습니다. 또 항고심 담당 판사는 항고심에 대한 관련서류를 5일 앞당겨 지난 15일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장 전 회장의 급작스런 구속과 그 후 추석이 겹쳐 제출시일을 맞출 수 없는 것이 뻔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시일을 앞당기는 바람에 관련서류 제출이 이틀 넘겨서 내야했습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서 검찰로 현상화된 정부나 법원이 어떤 `편향성`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5월 화의취소및 회사정리절차를 결정한 서울지법의 판사가 골드만삭스의 법무 대리를 맡았던 변호인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말썽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편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골드만삭스의 이상한 행보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습니다. 경영자문을 하다가 아예 채권을 사들여 진로 경영권을 넘보더니, 지난해말 현대석유화학 매각주간사를 맡았다가 인수를 추진했던 컨소시엄에 들어가려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의 매각주간사로 실사를 맡았다가 이 지분을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조금 다르지만 국민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은행 매수추천 보고서를 내놓고 며칠되지 않아 국민은행 주식예탁증서(ADR)을 대량 매각해버렸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안된다면 진로에 대해 법정관리를 요구하는 것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을 겁니다.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려는데 대해서는 시비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에서도 국내 자본이나 외국자본이나 다같이 공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적 지위가 같다면 같은대로 놓고 결정을 내려야지, 골드만삭스라고 해서, 외국자본이라고 해서 봐줘야 한다는 식의 감정이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선 안됩니다. 그나저나 저는 골드만삭스의 상표를 달고 나올 `참이슬`을 상상하면 기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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