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99% "증원 전면백지화 후 원점재논의해야" 자체설문 발표

의대생 대표자 모인 '의대협', 5월13~17일 설문결과
99% "필수의료패키지 도입 부정적"…잘못된 원인진단
"한국서 임상할 것" 증원·패키지도입 시 '94%→26%' ↓
"집단행동 동참 의대생, 전체 97%…정부 집계와 달라"
  • 등록 2024-05-20 오후 2:37:23

    수정 2024-05-20 오후 3:00:55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의 99%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심장학 이론서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학생 대표들이 모인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과대학생·의학전문대학원생 대상 정기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설문은 지난 13~17일 진행됐다. 전국 의대생 1만8348명 가운데 80%인 1만4676명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98.81%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선택해달라’는 질문에 ‘전면백지화 이후 원점 재논의’를 꼽았다. 1500명대로 일부 감축된 ‘자율정원 증원 수용’은 1.16%로, ‘2000명 증원 수용’은 0.03%를 기록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인식도 99.59%(매우 반대한다 80.39%, 반대한다 19.2%)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의료시스템의 복잡성·유기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원인 진단’이 1위(1만2217명)로 꼽혔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방향을 빗나갔거나 기대 효과를 과장했다’(1만1179명)는 답변도 있었다. 긍정적인 응답은 0.41%(매우 찬성한다 0.04%, 찬성한다 0.37%)에 불과했다.

의대생 대다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시행될 경우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에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시행될 경우 의료시스템의 질 저하와 왜곡이 심화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명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76.03%가 ‘매우 그렇다’에, 21.22%가 ‘그렇다’에 응답했다.

(자료 제공=의대협)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도입과 의대 증원 정책이 의대생들의 미래 진로 관련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임상 활동을 할 것’이라는 응답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대 증원 정책 발표 전에는 93.77%를 기록했지만 발표 후에는 26.28%로 떨어졌다. ‘해외에서 임상활동을 할 것’이라는 답변은 종전 0.53%에서 24.25%로 뛰어올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38.41%에 달했다.

‘필수 의료’로 분류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 지원 의사가 있다는 학생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전 80~89%에서 정책 발표 후 8~27%로 급감했다. 세부적으로 ‘중증 의료 전공을 매우 희망한다’는 응답은 발표 전 33.15%에서 발표 후 2.12%로 하락했다.

한편 의대협은 휴학계 제출·수업거부 등 집단행동에 동참한 의대생이 전체 97.26%(1만8837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학칙상 휴학이 불가능한 1학년1학기의 경우에는 수업을 거부해 휴학에 준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교육당국은 전국 의대생 중 55.6%만 ‘유효 휴학계’를 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일까지 의대생 1만626명이 ‘형식적 요건’을 휴학계를 제출했다고 보고, 이는 1만8793명 중 55.6%에 달한다고 최종 집계했다.

의대협은 “국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진행에 따른 의료시스템의 위기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 의견이 반영된 진정성 있고 심도 깊은 논의가 원점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난 3월24일 발표한 ‘8대 대정부 요구안’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자료 제공=의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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