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보면, 헌재가 판단해야 하는 박 대통령의 형법 위반 사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특가법상)뇌물죄 △제삼자뇌물죄 등이다.
헌재가 형법위반 부분이 탄핵사유인지 판단하려면 사실관계부터 정리해야 한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최대한 자세히 사실관계를 쓸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터에 크게 까다로운 작업은 아니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허투루 사실관계 잡으면 당사자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사실관계를 다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관련 형사재판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언젠가는 기소돼 재판을 받을 처지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기 때문이다. 이미 최순실씨 등 관련자에 대한 형사재판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헌재가 결정문의 사실관계를 세밀하게 따지면 논란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면 헌재의 탄핵 (인용 혹은 기각) 결정의 공신력 뿐 아니라 해당 형사재판의 결과에도 치명타일 수 있다. 아울러 하급심 법원은 헌법기관인 헌재의 사실관계가 부담돼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두고 헌재와 대법원이 충돌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이 시빗거리가 됐고 공정성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에 따라 헌재가 결정문 작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사실관계를 풍성하게 해서 결정문에 힘을 실을 것인지, 아니면 사실관계를 최소화해서 향후 발생할 논란의 소지를 잠재울 지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가 인정한 사실관계가 나중에 법원에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재판관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