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정책 상품인 행복주택이 27일 첫 입주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 송파 삼전·서초 내곡·구로 천왕 등 3개 지구에서 501가구가 집들이에 나선 것이다. 2012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선보인 이후 3년여 만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청년층에게 전체 가구의 80%를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0·30세대가 주변 임대료 시세의 68~80%만 부담하고 기본 6년,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앞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도심 철도부지 위에 인공대지를 만들어 반값 임대주택 20만 가구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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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입주 단지 중 철도부지 위에 들어선 집은 없다. 송파 삼전 행복주택은 삼전동 주택가의 24년 된 낡은 저층 주택 6채를 헐고 그 자리에 6층짜리 40가구로 이뤄진 연립주택 1개 동을 새로 지은 것이다. 이날 함께 입주한 서초 내곡·구로 천왕지구와 오는 12월 28일부터 입주하는 강동 강일지구 행복주택은 기존 택지개발지구 안에 지었다. 사업비 증액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정부가 철도부지 위 행복주택 건립 방안을 백지화한 결과다. 공급 목표도 14만 가구로 대폭 줄었다.
송파 삼전 행복주택은 총 6개 층 중 1층을 주차 공간, 2층을 카페·동아리방 등 입주민 공동시설과 송파구청이 운영하는 청소년 문화센터로 사용한다. 집은 3~6층에 들어서 있다. 전용면적 20㎡ 16가구, 26㎡ 16가구, 41㎡ 8가구 중 33가구가 청년층에게 공급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속 차용준 현장소장은 “일반 빌라가 6~7개월이면 집을 다 짓지만, 삼전 행복주택은 건물 강도와 소방 안전, 커뮤니티 시설 등 전 분야에 공을 들이다보니 공사기간만 10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실내를 둘러보니 전용 20㎡형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1인 가구가 살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가로 3.55m, 세로 4.1m인 거실 겸 침실에 욕실과 발코니는 물론 냉장고·조리용 가스쿡탑·책상 등 빌트인 가구까지 갖췄다. 다만 신혼부부에게 공급한 전용 26㎡형은 침실이 2개인 41㎡형과 달리 방이 하나뿐인 것이 단점이었다. 실제로 송파 삼전 행복주택 20㎡형의 사회초년생 청약 경쟁률은 208.5대 1에 달했지만, 신혼부부 26㎡형 경쟁률은 5대 1에 불과했다.
삼전지구 행복주택 임대료는 보증금 3162만~6800만원에 월세 16만~35만원 선이다. 가장 저렴한 대학생 전용 20㎡형의 경우 보증금을 662만원까지 낮추고 월세 25만원을 낼 수도 있다. 인근 우리부동산 김일영 대표는 “주변 원룸 임대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 선으로 전세로 환산할 경우 대부분 1억원을 넘는다”라며 “이 정도면 이 일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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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초 공약 취지에 걸맞은 도심 인근 부지를 발굴하고 임대주택 건설을 꺼리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토부도 행복주택 입주 대상에 예비 신혼부부와 취업준비생을 포함하고, 입주자 자산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는 등 제도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
정건기 LH 행복주택 부문장은 “행복주택 건립 부지를 찾기 위해 우체국 부지 등 도심 내 가용 용지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기존 국민임대주택 등과 달리 젊은층 보금자리여서 지자체 반발이 적은 것은 다행인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