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건설업 한파 언제 끝나나

  • 등록 2013-10-30 오후 3:50:04

    수정 2013-10-30 오후 4:00:47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부도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남기업이 2년 5개월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재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자금수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상당수의 중견건설기업들이 연말이나 내년 초 자금 마련을 못해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에 발목

현재 건설업계의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는 것은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이다.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자금회전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어 하락하는 신용등급은 건설사들을 부도위기로 내몰고 있다. PF대출규모가 7000억원에 이르는 경남기업의 경우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도 결국 신용등급 강등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이달 들어 BBB+에서 BB-로, 또 CCC로 수직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일 경남기업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내렸다. 또 29일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BB+등급에서 CCC로 하향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체계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고, 연말까지 3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용평가는 실적결과가 평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실적이 안좋은 건설사들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실제로 3분기까지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은 낸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8일 등급이 AA-에서 A+로 강등됐다. 앞서 지난 5월 GS건설도 회사채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내려갔고 SK건설은 A+에서 A0으로 떨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경남기업 워크아웃 신청으로 BBB- 단계에 있는 중견건설사들이 하반기 실적에 따라 위험수준으로 보고 있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재 발표된 3분기까지의 실적을 보면 대체로 나아진 모습을 보기 힘들다”며 “건설업은 전반적인 침체상황이 반등할 만한 요인이 적어 평가하향 분위기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계 “국회 부동산 대책 법안처리라도 서둘러야”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커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건설업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3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해외건설사업이 늘면서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서서히 나타났다. 그러나 장기 불황의 그늘이 가시지 않아 경남기업을 필두로 건설사 자금난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많은 건설사들이 줄줄이 워크아웃, 법정관리(기업회생작업)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안에 드는 건설사 4곳 중 1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현재까지 100대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는 12개사,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13개사다. 졸업을 한 곳은 8개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는 쌍용건설, 경남기업, STX그룹, 동양그룹, 한일건설 등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우산이 돼줄 모기업이 없는 쌍용건설과 경남기업은 두번째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건설경기가 계속 불안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박흥순 건설정보실 실장은 “현재 국내건설수주액이 14개월째 줄어들고 있고, 부동산시장 회복도 늦어지고 있어 수익을 창출할 만한 것이 마땅치 않다”며 “국회에 묶여있는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처리가 지금으로선 한줄기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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