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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는 지속적인 엔고와 증시 폭락, 디플레이션 등으로 잔뜩 먹구름이 낀 상황. 내각을 다시 이끌게 된 간 총리는 그동안 정치 불안을 잠재우고 경제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다만, 이번 경선으로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과의 정면대립으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간 총리, 압도적 표차로 `재선 성공`
14일 열린 일본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는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날 투표에서 간 총리는 721포인트를 얻은 반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491포인트를 얻는데 그쳤다. 간 총리는 1인당 2포인트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의 표를 206표를 얻어 412포인트를 획득한 것을 포함해 지방의원 60포인트, 당원과 서포터즈 249포인트 등을 얻었다.
간 총리가 가장 시급하게 다룰 경제 문제는 엔고 저지. 그러나 시장 개입에 공격적이었던 오자와와는 달리, 간 총리가 개입에 대해 취했던 신중한 입장이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엔 환율이 83엔대까지 밀렸지만 간 총리 내각은 개입보다는 지켜보는 입장을 취했다. 간 총리의 재선을 점쳤던 외환시장에서는 이날도 엔화 가치가 15년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추가 부양과 함께 맞물린 재정 문제 역시 관심사. 최근 일본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80% 돌파한 900조엔대를 기록하면서 선진국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 간 총리는 `소비세 인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소비세율은 현재 5%로 1%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2조~2조500억엔의 세수증대 효과가 발생한다.
앞서 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지난달 말 소비 촉진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9200억엔 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경제계에선 부양책 규모가 적어 약발이 제대로 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간 총리가 과도한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을 전망이다.
◇ 오자와 껴안기, 민주당 분열 등 정치 숙제도 많아
간 총리가 압승하긴 했지만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 경선을 통해 오자와 간사장과 대립각을 세웠고 향후 민주당 분열 시 안게되는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 교이치 NLI리서치기관 이코노미스트는 "간 총리가 큰 표차로 이기긴 했지만, 의회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며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세이지 시라이시 HSBC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간 총리가 오자와와 그의 동료를 외면할 경우 오자와가 당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민주당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오자와를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피치 역시 집권당인 민주당과의 단결을 주문하기도 했다. 피치는 간 총리가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 민주당과 단결해야(hold together) 한다며 민주당의 분열은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패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은 지지자들에게 "평의원으로서 민주당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