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경제안보전략 시급…'제조업 강국' 적극 활용해야"

2일 양기대 민주당 의원 주최 세미나
"경제보다 안보 우선인 시대…기회 요인 엿봐야"
  • 등록 2022-09-02 오후 5:42:36

    수정 2022-09-02 오후 5:42:36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공급망을 구축하며 맞서는 상황에서 ‘한국형 경제안보전략’으로 독자적 목표를 수립해 우리나라만의 논리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경제안보’ 세미나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면 미국이나 중국, 그 어느 나라에도 점수를 딸 수 없다”며 “독자 목표가 있다면 미중 입장에 편승하지 않고 우리만의 국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김양희 교수는 “지금은 경제 논리보다 안보 논리가 더 우선되는 시대로 근시안적 경제 이익을 추구하려다 안보 이익에 반할 수 있다”며 경제와 안보 가운데 안보에 더 방점을 뒀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마련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경제안보’ 세미나에 앞서 발제자와 토론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신동근 민주당 의원과 양기대 의원,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 (사진=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인 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미중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힘들다곤 하지만 두 나라에 우리나라가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업은 중국과 완전히 헤어질 필욘 없고 생산 품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짜 분산 배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과의 ‘신뢰가치사슬’(TVC) 구축은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지만 오늘의 피해는 보호주의 진영화가 창출하는 기회 요인으로 상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중 사이에 낀 대만에 주목했다. 대중 의존도와 IT 품목 비중이 높은데도 대중 무역흑자를 내고 있어 모범 사례로 삼을 만하다는 설명이다. 장 실장은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 모두 잘할 뿐 아니라 대중 투자 유형도 대기업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중견·중소기업 위주여서 현지화가 잘돼있고, 리쇼어링(자국 기업 복귀)도 많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역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공급망과 디지털, 탄소중립 관련 3대 전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 전환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 정부 몫”이라고 언급했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새로운 발전 모델로 나아가는 정치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도록 국회가 주도해 입법화를 제안하고 여야 컨센서스 형성을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박철범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상무는 “기업은 적시생산방식(just-in-time)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했지만 이제 비상대비(just-in-case) 방식으로 공급망을 전환하는 비용이 상당히 들어가게 됐고, 최근 일련의 사태로 대체 공급처를 다른 지역에 마련해야 하는 등 예측이 어렵고 저희 한계를 넘는 부분이 있다”며 국회와 기업에 세제 지원 등 협조를 요청했다.

강희민 기획재정부 공급망안전화기획단 총괄과장은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 그간의 노력을 소개하며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을 제정해 공급망 지원 제도와 위험 대응 등을 체계화하고 최근 통상질서 변화에도 면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경제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교한 경제정책과 차별화한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엔 전날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두고 기나긴 협상을 이어갔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 모두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양경숙 민주당 의원 등도 참석했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의 경제안보’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사진=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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