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나 먹히거나'…반도체업계, 합종연횡 활발

올들어 반도체 M&A 1005억달러…전년비 3배 이상
경쟁심화에 비용증가로 생존전략 모색
  • 등록 2015-10-19 오후 2:21:24

    수정 2015-10-19 오후 2:21:24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쟁심화로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각종 비용이 올라가자 생존을 위한 짝짓기에 나선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A 데이터 제공업체인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반도체 업계의 M&A 규모는 1005억달러(약 112조8300억원)라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연간 규모인 37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M&A를 선언한 기업은 올 들어 276건으로 작년 한 해 369개에 비해 줄었지만, 대형 인수건이 줄줄이 나오면서 전체 규모는 증가했다.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인 아바고 테크놀로지가 지난 5월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델이 EMC를 67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IT 업계 최대 딜이었다.

올해 반도체 업계 M&A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주 아날로그디바이시스, 맥심 인터그레이티드 프로덕트, 샌디스크,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 인터내셔널 등 4개 반도체 기업이 각각 M&A를 논의 중이라고 밝히는 등 합종연횡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수하지 않으면 인수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M&A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인수 추세는 제조나 판매, 기술개발 등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아바고의 경우 브로드컴을 인수한 이후 2017년부터 연간 7억5000만달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 매출이 줄어들고 경쟁이 심화한 데에 따른 대응전략이기도 하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가정 및 기업체 기기 등 반도체가 적용되는 범위는 늘어나고 있지만 매출은 감소세다. 가트너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올해 0.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첫 감소세다. 다만 내년에는 3441억달러로 1.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M&A로 반도체 공급업체가 줄어들면 가격 경쟁이 완화될 수 있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상품 라인을 보완할 수 있다. 인텔은 알테라 인수를 통해 서버 시스템 등 새로운 상품을 제품 라인에 추가했다.

새로운 칩을 개발에 드는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M&A 배경으로 꼽힌다.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 따라서 초기에 비해 칩을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나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물론 인텔과 같이 특정 제품을 대규모로 생산, 판매하는 반도체 업체는 늘어나는 비용부담을 감내할 수 있지만, 시장규모가 작은 제품들의 경우 개발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기에 중국과 대만에서 신생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압박을 더하기도 한다.

반도체 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일부 경영진의 나이도 M&A 배경으로 꼽힌다. 실리콘 밸리의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렐이 대표적이다. 레이몬드 진 마이크렐 최고경영자(CEO)는 78세로 37년간 경영을 맡아오다 지난 7월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8억3900만달러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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