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전 총리 담화의 이른바 ‘4대 키워드’인 식민지배, 침략, 반성, 사죄와 한일 과거사 문제의 핵심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가 초점이다.
한일 관계 복원점 될까?…정부, 막판까지 대일 압박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과거 일본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를 확고하게 견지해 왔다. 그가 한일 수교 정상화 50주년, 광복 70주년인 뜻깊은 해를 맞아 전향적인 역사 인식을 통해 한일 관계의 전환점을 이뤄내려는 의지가 있는지 판가름 날 예정이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아베담화는 14일 오후 각의 결정을 거친 뒤 같은날 오후 6시쯤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각의 결정까지 하루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의 내용을 담을지에 대한 결정은 끝나고 세부적인 문구와 단어를 다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막판까지 다양한 외교 채널을 이용해 아베 총리에 대한 압박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윤병세 장관은 전일(12일) 외교부 산하 일본연구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번 아베총리 담화가 과거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의 담화와 그 속에 담긴 역사 인식을 확실하고 분명한 언어로 표명해 줄 것을 촉구해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중 등 국제사회 압박도 가중
국제사회 여론과 일본 내부 움직임도 아베 총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한일, 한중 관계가 어긋나면 동북아시아 지역의 공조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유라시아, 한미일 등 다자간 협력에도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베 총리가 주변국이 기대하는 사죄와 반성의 내용을 담화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피해국인 중국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1일 ‘아베 총리는 아시아에 사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만약 아베 총리가 전쟁에 대한 반성에 그치고, 사죄를 거부하고 침략과 ‘식민통치’ 등의 표현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고의적으로 전쟁의 성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내에서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하는 것이 국민이나 국제사회에 전해지도록 하면 좋겠다고 총리에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기대에는 못 미치겠지만 우회적인 표현 가능”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우리 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담화를 내놓을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이성환 계명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흐름을 봤을 때 (아베 담화는) 과거 담화는 존중하면서 침략이라든지 사죄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자기 의견은 관철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사죄가 들어간다면 전쟁에 대한 사죄일 가능성이 크고, 식민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할 것”이라며 “전쟁은 중국에도 해당되지만 식민지배는 한국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현 한일관계에서는 이 표현이 들어가기 힘들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과거 담화를 존중하고 ‘아시아 침략에 대한 사죄’ 정도의 표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 “이 정도만 들어가도 우리 입장에선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연구실장도 “일본입장에서는 사죄 대신 다른 표현을 쓰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예를 들어 식민지배의 고통을 애절하게 생각한다든지, 위안부의 고통을 통감한다든지 이런 표현으로 우회적인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아베 담화가 한일관계 개선에 있어 중요한 계기인 만큼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