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의 길
최 본부장은 여느 기업 2세들과는 다른 다소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최근까지도 의사의 길을 걸어왔다. 최 본부장은 경기고와 가톨릭의대, 의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에서 인턴, 레지전트를 마친 뒤 2001년부터는 3년간 안성시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재직했다. 2007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HB피부과를 개업했다.
하지만 창업주 2세는 의사가 천직인 듯한 삶을 살면서도 마음속에 경영자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다. 2004년 미국 듀크대 MBA의 유학 길에 올랐던 것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 본부장은 당시 체험기를 담아 저서 ‘Dr. MBA’를 펴내기도 했다. 부친의 양해 속에 의사로서 살아왔던 삶도 지난 10월 HB피부과의 문을 닫으면서 마감했다.
게다가 최 본부장에게 기업을 대물림하기 위해 천재교육 계열에서 일찌감치 터 닦기가 진행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성장가도를 달려온 천재교육이 계열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2세들의 재산 증식을 위한 ‘디딤돌’을 곳곳에 만들어놓은 게 이를 잘 보여준다.
계열 매출 95%
천재상사는 종이를 수입해 천재교육 등에 공급한다.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에 의존하는 구조다. 최근 2년간 계열 매출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007년 418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0년 637억원, 지난해 657억원으로 신장됐다. 순이익도 23억원, 21억원에 이른다. 천재교육 등이 성장하는 한 천재상사의 기업가치는 더욱 신장될 수 밖에 없다.
천재상사가 계열에 의존해 벌어들인 돈은 2세들의 든든한 배당 자원이 됐다. 천재상사는 2007년 19억원, 2008년 15억원에 이어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15억원씩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정민 씨가 온전하게 경영권을 넘겨받기 위한 ‘지렛대’로서 손색이 없다.
프린피아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1991년 11월 설립된 프린피아는 2000년 4월 오양인쇄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천재교육 계열의 출판물들을 인쇄하는 업체다. 프린피아 또한 계열 매출 의존도가 최근 2년간 55.4%, 56.7%에 달한다. 프린피아는 당초 최 회장과 유정 씨가 지분 각각 72%, 28%를 소유했다. 하지만 2010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최 회장이 최 본부장에게 지분 41%를 넘긴 것이다.
2세 대주주 만들기
공부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해법에듀(90%) 또한 정민 씨에게 큰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2007년 2월 설립된 해법에듀는 천재교육의 회원사업부 양수(34억원)를 통해 현재 ‘해법공부방’, ‘해법영어교실’ 등의 초중등 공부방 프랜차이즈사업을 벌이고 있다. 당초 해법에듀 지분은 정민 씨 72%, 최 회장 18%, 유정 씨 10%로 구성됐다. 하지만 2010년 최 본부장은 최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아 현재 90%를 소유중이다.
해법에듀 또한 2009년부터 10억원을 시작으로 28억원, 3억원 등 2세들에게 배당금을 안겼다. 꾸준한 수익성을 기초로 한다. 해법에듀는 5년여의 짧은 연혁에도 2007년 매출 200억원에서 2009년 325억원, 2010년 334억원으로 신장됐다. 순이익도 각각 41억원, 38억원을 나타냈다. 2011년에는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매출 325억원에 13억원의 흑자를 냈다.
기획팀=신성우 부장·김세형 차장·유재희·임명규·김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