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모(28)씨는 지난 주말 더위를 피해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을 찾았다가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피서객들이 모래사장에서 폭죽을 쏘아 올리던 와중, 술에 취한 남성 한 명이 바닥을 향해 폭죽을 터트린 것이다. 불꽃과 파편이 튀어 크게 다칠 뻔한 김씨는 “그저 조용히 밤바다를 즐기고 싶었는데 기분만 상했다”고 떠올렸다.
| 해수욕장 내 폭죽놀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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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불꽃놀이 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현행법상 엄연히 불법이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2조는 모래사장에서 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폭죽을 쏘아 올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모래사장 곳곳에는 시민들을 계도하기 위한 ‘해수욕장 내 폭죽 사용 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법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당장의 즐거움과 분위기에 취해 이를 본체만체 했다.
불꽃을 일으키며 터지는 폭죽은 화상 등 안전사고 위험이 커 피서객들의 자제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폭죽 관련 안전사고는 총 163건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42건, 2020년 43건, 2021년 20건, 2022년 30건, 2023년 27건으로 매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10대 및 10세 미만이 전체 안전사고의 60.1%(98건)에 달했다. 주로 폭죽의 불꽃이나 파편이 신체에 튀거나 점화된 폭죽을 입에 물고 장난치는 등 잘못된 사용으로 상해를 입었다.
폭죽 잔해 탄피들도 골칫거리다. 피서객들이 폭죽을 터트린 뒤 나오는 탄피를 수거하지 않고 모래사장에 그대로 방치한 채 자리를 떠나기 때문이다. 탄피는 잘게 찢기거나 뾰족하게 부서진 형태인데, 무고한 피서객들의 손과 발을 찌를 위험이 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바다를 오염시킨다. 환경단체 와이퍼스와 해양보호단체 시셰퍼드는 지난해 7월말 인천 을왕리 해변에서 폭죽 탄피 수거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불과 2시간 만에 7952개가 수거되기도 했다. 단체는 “폭죽놀이는 해변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름 붙이기에 너무도 파괴적”이라며 “폭죽쓰레기는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물의 식생활을 교란하고, 영양실조와 소화불량으로 죽음에 가깝게 만든다. 결국에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인간에게 되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폭죽 소음과 연기, 화약 냄새가 다른 시민들에게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전문가는 관련 단속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래사장에서 폭죽을 터트리거나 폭죽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모래사장 바깥의 편의점이나 매점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가능하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폭죽 사용이 불법이라는 홍보도 단속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무사안일함이 문제”라며 “폭죽 판매 금지 등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폭죽놀이 후 나오는 탄피들 (사진=해양보호단체 시셰퍼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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