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협상 장기화 조짐…"추석 넘길 듯" 전망까지(종합)

낙농진흥회 원유 가격 협상 기한 거듭 연기
오는 24일 열 번째 테이블 열리지만 난항 전망
작년도 11월 중순 결론…"정부도 내심 추석 이후 바랄 것" 분석도
유업계도 계산기 들고 '대기 중'…"인상폭 정해져야 가격 조정 여부 따질 수 있어"
  • 등록 2023-07-19 오후 4:50:07

    수정 2023-07-19 오후 4:50:07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올해 원유(原乳) 가격 인상 폭을 정하기 위한 협상이 낙농가와 유업계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며 협상을 거듭한 끝에 11월에야 가격 인상을 결정한 터라 올해에도 추석 전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온다.

서울 한 이마트에 진열된 흰우유 제품들.(사진=연합뉴스)
19일 유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무리를 목표로 했던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의 원유 가격 협상이 오는 24일로 재차 연기됐다.

앞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올해 원유 가격을 1ℓ당 69~104원 인상키로 하고 구체적 인상폭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왔다. 당초 협상 기한은 지난달 말까지였으나 더 올리려는 낙농가와 덜 올리려는 유업계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이날로 연기한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협상을 진행했지만 그간의 입장 차에 별다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추후 협상 날짜를 잡는 데에 그쳤다. 다음 협상은 오는 24일 오후 2시부터 열릴 예정이다.

낙농가는 지난해 불거진 국제 곡물 가격 급등 및 인건비, 전기료 등 제반비용 상승 등을 근거로 빠른 시점 및 최대한의 인상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업계는 물론 협상을 중재 중인 정부는 협상 마무리 시점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인상폭을 호소하고 있다.

유업계에선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인상을 놓고 긴 시간 줄다리기 상황이 발생했던 만큼 올해도 빠른시일 내 협상이 마무리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9월 중순부터 원유 가격 협상을 개시해 11월 3일 구체적 인상 폭을 결정했고 같은 달 17일에서야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올해에도 이날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거의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추석 이후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사 관계자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은 당초 8월 1일부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현재로선 이달 중 마무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이른 시점 인상해야 수익이 개선되는 낙농가와 달리 유업체는 급할 것이 없고 오히려 정부 입장에선 인상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 물가가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만큼 추석 이후 원유 가격 협상 마무리를 내심 바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유업계 입장에서도 원유 가격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것은 부담이라는 설명도 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인 1ℓ당 49원 오른 데 이어 올해 최소 69원 인상이 예고된 마당. 이런 와중에 정부는 이미 지난 7일 유업체 10여곳을 불러 “유가공 제품의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원유 가격 인상폭에 따라 흰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가운데 다른 유가공 제품 가격 조정으로 정부 압박에 응해야하는 처지라는 얘기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원유 가격 협상이 채 마무리되기 전 컵커피 14종의 편의점 가격을 다음달 1일부로 평균 5.1% 인하키로 결정했다. B사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폭이 서둘러 결정되야 흰우유 등 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며 “이후 다른 유가공 제품들도 원부재료의 종류와 비중, 가격 추이와 함께 마진 등을 따져 가격 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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