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프리즘]조합장 재임 중 조합원에 선물했다면 기부 행위일까

조합비로 특정 조합원들에게 선물 돌린 조합장에 벌금형
대법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없어"
  • 등록 2022-03-22 오후 2:09:58

    수정 2022-03-22 오후 10:39:14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역 농협 조합장이 재임 중 조합원들에게 조합 예산으로 과일 등을 선물했다면 이는 기부 행위일까 아닐까.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강원도 강릉의 한 농협 조합장이던 최모 씨는 2019년 3월의 조합장 선거를 5개월여 앞둔 지난 2018년 9월 113만1000 원 상당의 배 선물세트 29개(개당 3만9000 원)를 직원을 통해 조합원 29명에게 전달했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조합원 3명에게 총 12만3000 원 상당의 귤과 한라봉을 선물하고, 입원해 있던 전직 조합장에게 3만2000 원 상당의 인삼 음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은 농협 조합장과 중앙회장의 재임 중 기부 행위를 금지한다. 다만 ‘직무상의 행위’나 ‘의례적 행위’ 등을 기부 행위의 예외로 삼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는 법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선물을 돌릴 때 조합의 예산을 썼으며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었으니 직무상의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피고인이 법령에서 금지한 기부 행위를 한 대상자의 수가 33명으로 적지 않고, 기부 금품의 합계액도 약 129만원으로 적지 않다”며 최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보낸 선물엔 통상 조합 명의 선물에 붙이는 조합 스티커가 없었던 점 △심부름한 직원이 ‘조합장의 선물’이라고 말한 점 △최 씨가 특정 조합원 명단을 추려 단독으로 선물 수령인을 결정한 점을 문제삼았다.

대법원 역시 최 씨의 선물 전달이 직무상의 행위가 아닌 ‘위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씨의 상고심에서 최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기부 행위 주체가 최 씨이고, 기부가 기존 관행에 비춰 이례적이었으며, 최 씨와 수령자들의 관계를 볼 때, 이 기부 행위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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