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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신임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내일을 여는 공간 다래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 발 나아갔다 싶으면 어느 새 걸음이 무거워지고, 혹시 세상이 다시 되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고는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강이 평지에 오면 좌우로 굽이쳐서 물길을 이루며 앞으로 간다`는 고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언급하면서 “한 명의 시민이 각성하고 그 깨어있는 힘이 조금씩 모이면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바보 노무현`은 마지막 길, 당신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순간까지도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며 “공존과 통합의 미래를 꿈꿨던 노무현 정신으로 대한민국 전진의 역사를 향해 한걸음 더 내딛겠다”고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노무현재단 신임 이사장을 맡게 된 정세균입니다.
먼저, 그동안 재단을 이끌어 오신 유시민 전 이사장님과 이정호 직무대행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두 분의 노고로 노무현재단의 기틀과 위상이 더 확실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저 역시 작은 힘이나마 두 분이 닦아 놓으신 성과와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요즘 참 마음이 답답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렇게 소망하시던 ‘사람 사는 세상’이 참 더디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한 발 나아갔다 싶으면 어느새 걸음이 무거워지고, 혹시 세상이 다시 되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고는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길고 멀리 보면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남기신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결국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강이 평지에 오면 반드시 똑바로 흐르지 않는다. 좌우로 굽이쳐서 물길을 이루며 앞으로 갑니다” 좌우로 굽이쳐 흐르는 물은 우뚝 선 바위도 만나고 깊이 패인 웅덩이도 만납니다. 정체돼 고인 것 같지만 물은 그 웅덩이가 다 찰 때까지 스스로를 인내하고 기다립니다. 웅덩이가 다 차면 비로소 다시 강으로 바다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노무현재단은 새로운 역사의 줄기를 세우는 작은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재단 설립 이래 지난 13년 동안, 우린 그렇게 더디고 힘겹지만 시민의 힘을 믿고 우직하게 걸어왔습니다. 6만 2천여 명 후원회원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놀라운 행진입니다.
우리가 노무현을 잊지 못하고 뜻을 받드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세상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보 노무현은 마지막 길, 당신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순간까지도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낮은 자세로, 겸손한 권력으로 국민께 다가간 그 지극한 정성과 삶이 변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가치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의 뜻과 시민의 힘을 모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제와 분열의 시대를 넘어 공존과 통합의 미래를 꿈꿨던 노무현 정신으로 사람 사는 세상, 대한민국 전진의 역사를 향해 한걸음 더 내딛겠습니다.
올해는 봉하에선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서울에선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시민센터>가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꿈, 시민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며칠간 우울했지만, 오늘만큼은 참 “기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