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00원 인하면 1년에 1만2000원 인하된다는 것인데, 누가 만족하겠는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월 1만원 인하면 소비자가 체감할까요?. 하지만 한 사람당 월 1만원 인하 정책을 펼치면, 통신사들 수익은 6000억원이 줄어듭니다"
이 대화는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정책을 한창 펼치던 2009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당시 방통위 융합정책실장이 나눴던 얘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처럼 통신비 인하는 정부의 물가인하 정책과 통신사들의 사업 문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통신비를 인하하면, 그만큼 통신사 수익이 줄어 투자가 부담이 된다.
최근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대해 통신사들이 무조건 "예"라고 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통신사 이익만 봐도 여력 충분하다"
정부가 통신사에 통신비 인하 압력을 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력`이 있기 때문이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통신비는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라며 "통신비를 낮추는 게 서민 생활에 중요한데, 통신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비해 가격 인하는 미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신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KT(030200) 2조533억원, SK텔레콤(017670) 2조598원, LG유플러스(032640) 6553억원으로, 총 4조7684억원에 이른다. 이익규모로만 보면 소비자당 월 1만원의 요금인하 여력이 충분한 듯 보인다.
여기에 정부는 통신사들이 지나친 마케팅비를 줄여 이를 요금인하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7조5000억원에 이른다. 숫자로만 보면,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마케팅비를 줄여 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현재 통신업계는 차세대 네트워크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대한 투자와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한 네트워크 확대 투자를 계획중이다. 통신업계는 올해 KT 3조2000억원, SK텔레콤 2조원, LG유플러스 1조7000억원의 투자할 예정이다. 약 7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확대로 인한 폭발적인 데이터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는 또 통신시장의 마케팅비는 광고 등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닌 단말기 구매비용 감소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스마트 시대, 스마트한 판단 필요`
통신사 CEO들은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예전과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통신요금을 예전처럼 단순한 음성통화 비용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확대로 가계 통신비 지출이 늘어났지만, 이같은 지출이 곧 통신사 수익확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지난해 가입자당 매출(ARPU)은 전년 대비 1.7% 감소했으며, LG유플러스의 ARPU 역시 약 3% 감소했다. KT만 1.9% 증가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확대로 데이터 매출이 증가했지만, 감소한 음성 매출을 커버하지 못한 것.
통신사들은 또한 통신비에 단말기 구입비용과 통신비 이외 항목이 포함되는 만큼 통신비를 단순한 음성, 데이터통신 비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단말 비용을 분리해 조사한 결과, 단말기 구입비용은 월 1만7000원으로 지난 2007년 대비 80% 증가했다. 그러나 통신서비스 비용은 지난 2007년 12만9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감소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비에는 IPTV나 소액결제, 애플리케이션 구입비용도 포함된다"며 "통신사가 청구하는 항목이라 통신비에 같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신비 조사의 정확도를 높여 통신비와 문화비를 구분하거나, 통신비가 문화복합적인 비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