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정보기술(IT) 혁명의 요람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훈훈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닷컴버블 붕괴로 3년간 고전했던 주요 기술업체들이 경기회복을 맞아 잇따라 직원 채용을 늘리며 미국의 고용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T기업의 실적개선과 벤처캐피탈 투자 활황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6개 미국 IT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1% 급증했다. 매출도 15.5%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력 충원을 단행하는 업체들이 속속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는 6월말까지 총 5000명의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며 이중 3500명을 미국 내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또다른 소프트웨어업체 EMC역시 1분기에 기술과 판매부문에 300명을 충원했으며 이중 절반은 미국인이라고 공개했다. 반도체업체 내셔널세미컨덕터 역시 동부 메인 주와 남부 텍사스 주의 공장 가동에 따른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T세일즈 분야의 구직자인 마이크 해너는 "고용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구직에 대한 생각이 점점 낙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분야의 활황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올들어 지금까지 벤처캐피탈 투자 총액은 전년비 29% 늘어난 80억달러에 달하며 상당수 벤처캐피탈 업체가 사람을 찾고 있다.
물론 모든 업체가 이같은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해고를 단행하는 업체도 있다.
MS의 경쟁자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지난 2일 총 3300명을 해고했고 통신장비업체 시에나역시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25명의 직원을 쫓아냈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튼 이코노미스트는 "닷컴버블 당시 IT업체들이 지나치게 많은 직원을 고용했기 때문에 아직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해고당한 실리콘밸리인들의 재교육 담당기관인 노바워크포스보드의 마이크 큐란 이사는 "다섯 달 전만 해도 우리의 재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겠다는 사람이 450명을 넘었는데 지금은 60명이 채 안 된다"고 전했다.
그간 실물경기의 강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 부진으로 인해 미국 경제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고용시장 회복 조짐으로 활력을 되찾은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이 미국 경제 전체의 소비위축이나 성장둔화 우려 해소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