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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환시장은 실망감이 컸다.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를 찍었음에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선진국형 외환시장 구조’를 언급하는 등 개입 의지가 없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환율은 이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1370원대를 향해 직진했다. 환율 1400원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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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방문구’보고 환호하던 채권시장, 뚜껑 여니 ‘매파’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3.4%대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 총재 발언 한 마디 한 마디에 춤을 췄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이뤄진 후 오전 10시 반께 4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는 문구에서 ‘장기간’이 빠진 것이 확인되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43%대에서 3.393%까지 밀렸다.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은 환호했다. 2월 금통위 때보다 더 ‘비둘기’(완화 선호)로 바뀐 한은의 메시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지연으로 뚝 떨어졌던 국고채 저가 매수를 불러오는 듯 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와 관련 자료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금리 인하 시그널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는 “5~6월 전 세계 경기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결정, 두 번 정도의 데이터를 보고 확신을 가진 후 하반기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지 확인하고 이에 따른 환율 영향도 살펴보고 국제유가 흐름도 본 뒤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한은 2월 전망한대로 2.3%로 내려가는지를 더 살펴본 후에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한 자산운용사 채권딜러는 “통방문구를 봐서는 상당히 도비시(비둘기·완화 선호)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나 기자회견을 보니 지난달보다 오히려 호키시(매파·긴축 선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주요국 통화정책의 탈동조화, 긴축 기조 기간 ‘장기간’ 삭제 등 비둘기로 해석될 요인들에 집중하며 6.3bp(1bp=0.01%포인트) 하락한 3.403%에 최종 호가됐다. 나흘 만에 금리 하락이지만 미국 물가쇼크 이전 수준인 3.3%대로는 복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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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재 발언 시장 예상 깼다”, 환율 1370원대 직진
이 총재는 “달러 강세 속에 중국, 일본 등 주변국 통화 약세의 영향에 원화가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절하되는 면이 있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고도 밝혔으나 시장은 이 총재의 전반적인 발언을 환율의 개입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기자회견이 끝나고 난 후 환율은 1370원을 넘어서며 장중 1375.5원까지 올라섰다. 마감가도 1375.4원으로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시장에서는 환율 상단이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총재가 예상을 뒤집었다. 총재 발언이 나오고 달러 매수가 자신감 있게 나왔다.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선 환율이 1378원까지 올라섰다”며 “외환당국이 당분간 이 레벨을 용인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유일한 환율 하락재료는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었는데 상단이 많이 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선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딜러는 “환율이 1380원 근처에 와 있기 때문에 1400원까지는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4월에는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나타나 원화 약세가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라며 “환율의 1차 상단은 1380원이고 이 저항선을 뚫으면 오버슈팅할 경우 1400원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