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600명의 아동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을 떠나 자립생활을 시작한다. 자립 후 5년간 지급되는 자립수당을 받는 청년들은 2022년 말 기준 약 1만 명이다. 지난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50%는 자살을 생각했다. 2018년 자살실태조사 19~29세 응답(16.3%)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33.4%), 가정생활 문제(19.5%) 순 이었다. 2018년 자살실태조사의 19~29세 응답자는 성적, 진로 문제(29.9%), 남녀 문제(24.4%) 등이 이유였다. 보호종료아동들은 ‘먹고 사는 것’과 ‘가정’의 문제로 죽음을 생각했다.
지난 12월 아동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자립 청년 지하(23)씨는 여러 위탁가정을 경험하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지방의 한 보육시설에 정착했다. 보육원 언니들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불이익이 주어져 그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자립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시설이나 학교에서 경제 교육이 진행되면 누구보다 열심히 듣고 메모 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국가, 민관 기업 등에서 후원하는 장학금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졸업 이후 바로 취직도 한 상태다.
앞선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중 건강보험료 체납 경험이 있거나(9.7%)또는 체납 경험 여부를 ‘모른다’고 답한 경우는 39%다. 체납자의 체납 사유 39.2%는 생계형 체납이며, 26.2%는 건강 보험 제도나 납부방법을 모르는 등 정보 부족이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지하씨처럼 국가, 민간 후원 제도 등을 받아 건강하게 자립한 청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보호종료아동들의 자립 현황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이데일리 스냅타임에 “정서적 지원을 받아 희망을 잃지 않은 상위 5% 정도의 아이들은 퇴소 후 성공적으로 독립한다. 아이들은 많고 인력은 한정적이다 보니 나머지 95%의 시설 아동들은 퇴소 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고 언급했다.
시설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격이 적용된다. 시설과 연락을 끊는 청년들은 기초수급비와 보호종료아동 자립 수당 급여를 합친 80만원의 생활비로 생계를 유지한다. 수당이 종료되는(5년후) 시점, 청년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5년의 시간이 흐른 후라 도움의 손길을 요청 할 곳도 없다는 절망감에 빠지는 것이다.
주우진 자립준비청년협회 회장은 “아동보호시설 출신 자립청년들이 극닥적인 선택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말 할 사람이 없어서다. 주위에 속마음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나 어른이 없고 속한 조직, 집단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밀도있는 상담, 관리가 가능한 종사자 인력 확보에 대해서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 연구진은 “선생님 한 명당 담당하는 아이들 수가 지금보다 줄어야 한다. 보호종료 청년들이 ‘나는 선생님이 맡고 있는 백명 중 한명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보호 종료 후 오는 연락이 형식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라며 “연락이 끊기는 청년들이 제일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자립 수당과 기초수급비가 끊기는 5년 후 조취를 취한다면 이미 너무 늦은 상태다.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연락이 끊겼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 이후 생활에 대해서도 추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