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는 해당 항공기에 속도 조절장치인 오토 스로틀(auto throttle)이 탑재돼 있었는데, 항공기가 착륙 시 적정 속도보다 훨씬 낮은 속도로 비행한 것은 해당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기계적 결함에 의해 발생했다고 유추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장은 “이 장치를 꺼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장치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데버러 허스맨 위원장은 9일(우리나라 시간) 브리핑을 열고 “사고 항공기의 충돌 3초 전 속도는 103노트(시속 191km)였고, 이는 비행 중 최저 속도”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9일 해당 브리핑 내용을 사전에 통보받았고, 이는 NTSB의 FDR(블랙박스) 초기 분석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충돌 3초 전 속도는 103노트였고 조종사 가운데 한 명이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하자 50%에 머물고 있던 엔진 출력이 상승하면서 속도가 106노트로 올랐다. 정상 착륙을 위한 속도는 137노트(253km)로 사고 당시 속도가 적정 속도의 75%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토부는 사고기인 B777기종에는 적절한 속도와 고도를 유지하도록 동력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오토 스로틀이 있는데, 이 장치가 사고 당시 꺼져 있었는지 여부는 추후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는 해당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조종사가 인위적으로 해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통상 이 장치를 꺼두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간혹 베테랑 조종사가 눈에 익은 공항에 착륙할 때 이 장치를 끈 채로 착륙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기계적 결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만약 조종사가 인위적으로 껐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미 합동조사단은 10일부터 운전을 맡은 나머지 조종사 2명과 관제사를 상대로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사고 항공기와 동일한 기종인 일본항공 소속 샌프란시스코행 보잉 777 여객기가 9일 기체 유압계통에 이상 징후가 발견됨에 따라 긴급 회항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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