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나라의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국민들의 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권고다. 세금제도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소관의 국책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여서 무게가 가볍지 않다.
아이러니한 것은, 참여정부 후반기를 달궜던 이른바 `좌파정권 증세론`이 우파정권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점이다. 증세론의 배경도 똑같다.
◇ 참여정부 '비전 2030'과 닮은 꼴
조세연구원은 보건 및 사회복지분야의 재정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증세 필요성의 이유로 꼽았다.
보건 및 사회복지분야 지출 총액이 2009년 GDP 대비 9.52%에서 2050년에는 21.61%로 2.2배 가량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복지지출 21%`는 참여정부 좌파정책의 집대성이라고 비판받았던 `비전 2030`의 목표와 일치한다. 단지, 시기를 20년 늦췄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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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구원이 제시한 해법은 2050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5%로 올리라는 것인데, 번 돈의 5%를 세금으로 더 내란 의미다.
참여정부의 `비전 2030`은 해법으로 △세금을 늘리거나 △나라 빚을 더 내거나 △세금을 조금 늘리고, 빚도 좀 늘리는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 이번 조세연구원 보고서도 절충안을 내놨다.
나라 빚을 좀 더 내 국가채무 비율을 60% 수준으로 높이는 한 편으로, 세금도 좀 늘려서 조세부담률을 23.8% 수준까지 높이는 방안이다.
◇ "증세 군불지피기 아니냐"
국책연구원이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함에 따라 향후 정부가 세금 인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안팎에선 과거 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가 같은 이유로 세금 인상, 특히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6년 6월 계명대학교 산업경영연구소는 당시 재정경제부의 의뢰로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물론 세율을 인상하거나 특정 세목을 신설하지 않고도 세수를 늘리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날 조세연구원은 별도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넓은세원 낮은 세율` 정책기조하에 세입기반 확충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원확충` 방식으로는 조세연구원이 제시한 만큼 세수를 유의미하게 끌어올리기 어려운데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국민경제에는 `증세`와 똑같은 작용을 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중기재정계획에 따라 2013~2014년에 재정 균형을 이루고 국가 채무 또한 GDP 대비 30% 대를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 볼 때 향후 국가채무가 100%를 넘을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을 확충한다는 차원에서 각종 감세를 줄이고 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통한 세금 인상을 거론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