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청계천 복원사업 과정에서 뇌물수수죄로 복역했던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60)이 서울대 교수로의 복귀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복원 총사령관’으로 불리던 양 전 부시장의 복귀가 결정될 경우 학생들의 반발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19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에 따르면 양 전 부시장은 최근 이 대학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에서 지난 12일까지 공모한 기금 교수 채용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해당 직책의 채용 예정 인원이 1명인 데다 다른 지원자가 없는 단일 후보다. 학교 측과 사전에 협의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기선 농생대 교무부학장은 “이미 사면 복권됐기 때문에 형식상 문제는 없어 대학에서 서류를 접수한 상태”라며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농생대와 본부 인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는데, 양씨가 선발되면 내년 3월부터 강원 평창의 서울대 그린바이오 단지에서 실무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1981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양씨는 2003년 청계천 복원추진위원장을 거쳐 2004년 서울시 행정2 부시장직에 발탁됐다. 그러나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층고 제한 해제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는 등 총 4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듬해 구속기소되면서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서울대는 항소심 판결 직후인 2006년 2월 휴직 중이던 그를 교수직에서 해임했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자 그는 재기를 모색해왔다. 이후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민간위원에 위촉돼 ‘MB표 보은인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05년 발간된 회고록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에서 양씨가 검찰 수사를 받을 때 “한 달 내내 피눈물을 흘렸다”고 썼다.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수뢰죄로 쇠고랑까지 찼던 사람이 교수 자리에 오른다면 서울대는 국립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방기하는 꼴”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대학원 소속의 한 교수는 “양 전 교수는 환경대학원과 공과대학에도 복귀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했지만 해당 대학(원)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