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현동기자]
종합주가지수가 800포인트 언저리에 걸쳐있습니다. 옛날같으면 여의도 증권가는 `흥청망청`하며 주식예찬에 심취했을 겁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않습니다. 개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내다파는데 열중하고 외국인들은 우량기업 주식을 주워담습니다. 증권부 김현동 기자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사이 주가지수연계증권(ELS)라는 잡종(Hybrid) 바이러스가 여의도 증권가에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지난 3월 11조원대를 웃돌았던 고객예탁금이 이달초 10조원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4조원대에 이르던 주식형 수익증권은 지난달말 15조원대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지난해말 판매되기 시작한 주가지수연계증권(ELS: 은행권의 주가지수연동형 예금상품, 증권사의 주가지수연계증권, 투신사의 ELS펀드 포함)의 판매규모는 10월말 현재 12조원대에 이르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내 주식과 채권의 잡종상품인 ELS로 몰렸고, 어느새 ELS가 주식매수 대기수요 이상으로 불어난 겁니다.
사실 국내 증권사들이 ELS를 본격적으로 일반에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ELS 상품은 설정일에서 지수가 몇 %포인트 이상 상승할 경우 확정수익을 지급하는 녹아웃(Knokc-out Call)옵션을 내재한 유형입니다. 지난 6월부터 10월말까지 수익이 확정된 상품들의 평균 수익률은 8%에 이릅니다.
올해 주식시장을 짓눌렀던 악재들을 떠올려보십시오. 1월10월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탈퇴선언을 시작으로 나타난 주식시장의 유령은 매월 때만 되면 출몰했습니다. 무디스 국가신용등급하향(2월11일) 북한미사일발사(2월24일) SK분식회계발표(3월11일) 이라크전쟁발발(3월20일) 이라크종전선언(5월2일) 매수차익거래잔고 사상 최고치(6월2일) 현대차 파업/화물연대 파업(7~8월) 부동산값 폭등(9월2일) 유가쇼크/환율 급등(9~10월) … .
웬만한 확신과 동물적 감각이 아니고서는 이런 악재들 속에서 ‘Buy&Hold’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상품이 바로 만기 1년 혹은 6개월 구조의 원금보장형 ELS 상품이었습니다. 악재 투성이인 주식시장에 직접 참여할 생각은 없고, 1년이나 6개월 뒤에 한국 경제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투기적 기대감`을 믿은 것이지요.
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투자자들처럼 ELS 투자자들도 기본적으로는 지수의 상승여력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베팅을 한 것입니다. 다만, 손실은 투자원금으로 한정하면서 기대수익률은 은행의 정기예금금리 이상으로 한정한 보수적인 투자였죠. 그렇지만 5월초 600포인트대였던 종합주가지수가 이달들어 800포인트대에 다가섰습니다. 기초자산인 KOSPI200의 상승률 17%에서 10%를 불확실성을 회피한 비용으로 차감하더라도 7% 이상은 먹었으니 성공적인 투자임에 틀림없습니다. 5월부터 10월까지 지수가 오를때마다 매도했던 개인들과 비교해보십시오. 물론 6개월만에 7~8%의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로또를 사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금리 시대 ELS는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대안으로 6개월만에 자신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얻었습니다.(
"불확실성 시대의 투자대안 ELS")
직접 장내시장에서 주식을 매매할 만한 배짱은 없지만, 목돈을 만드는데 주식만한 상품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부동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물론, 이들역시 단기 투자자들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팔린 ELS상품이 1년미만의 만기구조에 만기전 한번이라도 지수가 일정 비율 이상 오를 경우 확정수익을 받는 상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종합주가지수가 어느 정도 바닥에 근접했고, 경제 펀더멘털도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들이지만 1년 이상 투자할 자신은 없는 투자자들입니다.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성장성을 반반씩 나눠먹고 싶어하는 신종(Hybrid) 투자자들이죠. 물론, 실제 주식을 편입하는 KELS가 6000억원 이상 팔렸고 New KELS에도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청약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주식형 ELS는 낯설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ELS라는 새로운 상품에 10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은행권 예금에만 관심을 가지던 보수적인 자금들이 주식으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100% 원금보장형 ELS에서 원금의 90~95%를 보장하면서 향후 지수가 상승할 경우 원금보장이 확정되는 ELS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주식투자에 따른 높은 수익률과 채권투자의 안정성을 한꺼번에 향유하려는 고객 기반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ELS 바이러스를 통해 기존 주식고객외에 새로운 고객들이 번식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