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방탄조끼·감시 드론까지…007 뺨치는 美대선

2020년 악몽 되살아날까…美전역 긴장
트럼프, 대선 승복 명확하게 안해
WSJ "의회 폭동 주도한 프라우드보이즈 집결"
  • 등록 2024-11-04 오후 1:07:08

    수정 2024-11-04 오후 1:59:41

2021년 미 국회의사당 공격으로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 받은 프라우드 보이즈의 전 리더 엔리케 타리오가 미국 국기를 들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애리조나 마리코파 카운티는 선거사무소에 선거주기 동안 최대 200명의 직원을 동원해 24시간 감시에 돌입할 에정이다. 필요 시 옥상에 저격수도 배치하고 감시 드론(무인항공기)도 순찰에 나선다. 관계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문제 발생 여부를 감시할 예정이다.

다른 주 선거사무소 역시 방탄유리, 철제문, 감시장치를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각 투표소에 긴급호출 버튼이 있는 목걸이를 배포했다. 일부 카운티는 의심스러운 소포 배달이 올 가능성에 대비해 방호복과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응급처치약물인 날록손을 준비하고 있다. 네바다와 워싱턴주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주 방위군을 동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안전한 투표와 민주적 정권 이양을 위해 미국 전역에서 전례 없는 보안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 당시 마라코파에서 개표가 지연되며 결과가 늦어지자, 수백명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개표소 밖에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개표소로 난입하려고 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결과가 확실하기도 전에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해져도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마리코파를 비롯해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주, 위스콘신 등에서 재검표를 요청했는데 일부는 재검표를 통해 선거결과를 재확인했지만 논란이 지속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와 관련된 음모론을 멈추지 않자 수천명이 ‘선거 도둑질을 중단하라’(Stop the Steal) 집회에 참여했고 이는 2021년 1월 6일 의회의 대선결과 인증절차가 진행되던 연방의사당에 극성 지지자들이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미국 당국은 4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시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명확하게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에서도 “내가 떠난 날 우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지니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백악관을) 떠나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선 캠프는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벅스카운티에서 유권자 방해·겁박 행위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미국 언론들은 이를 트럼프 패배 시 불복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했다.

올해도 미국 대선 결과가 당일에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2020년 11월 3일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도 주요 TV방송은 선거가 끝난 지 5일이 경과한 7일에서야 바이든 대통령 승리를 확정했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앞선 11월 4일 새벽 일부 경합주에서 초기 득표수가 유리하게 나오자 개표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승리를 주장했다.

극단주의 감시 단체들은 개표가 길어질수록 극단주의화된 트럼프 지지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키거나 폭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당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날 의회 폭동을 주도했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다시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리조나주 선거 관리를 하고 결과를 인증하는 에리조나주 국무장관 에이드리언 폰테스는 공격을 대비해 평소 방호복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공정하지 못하게 주 선거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집 주소가 공개되기도 했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해 무장경찰이 충동하는 ‘스와팅’을 당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강화된 보안이 오히려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긴장시킬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흑인이 많거나 경찰과 긴장관계가 있는 지역은 더욱 그러하다.

워싱턴주 피어스 카운티 선거 관리인 린다 파머는 “최소한의 무장경비를 배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지만, (유권자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법 집행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비상사태 발생 시 경찰이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 훈련 과정을 도입했다. 이 훈련은 경찰관들이 투표할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음을 강조했다. 일부 선거 사무소는 지역 경찰이나 보안관에게 모든 투표소의 전화번호를 제공해, 경찰관을 파견하기 전에 사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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