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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에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도 괴롭다. 사람이야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아쉬운 대로 야외활동을 할 수 있지만 동물들은 미세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실 수 밖에 없어서다. 반려견용 마스크가 있기는 하지만 개당 6000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일회용이어서 부담이 크다.
세 집 건너 한 집은 반려동물 키워
7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비율은 전체 가구 중 28.1%(593만 가구)를 기록했다. 세 집 건너 한 집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얘기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절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걱정도 커진다. 잠잠하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산책을 못 나가 안절부절못하는 반려견 때문에 걱정”이라는 견주들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자신을 두 마리 강아지 견주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평소 하루 2번씩 산책시켜주는데 미세먼지가 강아지에 매우 안 좋다고 들었다”며 “밖을 안 나가면 강아지들이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서 아파트 단지 주변이라도 돌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글을 올렸다.
2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유모(29)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산책 대신 애견 카페를 찾는다. 유씨는 “애견카페도 한 두번이지 워낙 산책을 좋아해 애견카페로는 성에 차지 않아할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최농훈 건국대 수의공중보건학 교수는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반려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개나 고양이의 코는 사람의 코보다 지면에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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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우는 김모(31)씨는 “약국에서 파는 미세먼지용 마스크가 비싸도 개당 3000원 수준인데 반려견용 마스크는 6000원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KF(Korea Filter·마스크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 표시조차 없어 마스크로서 제 기능을 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반려동물용 미세먼지 마스크 생산에 부정적이다. 반려동물용 마스크 수요가 얼마나 될지 추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들은 습성상 마스크를 착용시키면 답답해하며 발로 이를 벗기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용 마스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반려동물용 마스크 개발을 가로막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박희명 건국대 수의내과학 교수는 “동물도 인간과 비슷한 호흡기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인간에게 영향이 있다면 동물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는 되도록 밖을 나가지 않고 공기청정기 등이 사용 가능한 실내에 머무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