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쥐어짰다"던 삼성전자 실적 곰곰이 따져보니..

5조원 이익 대부분이 해외 및 부품 부문에 집중
글로벌 IT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에도 못 미쳐
"고환율 정책의 수혜자라는 주장도 근거 없다"

  • 등록 2010-07-30 오후 3:26:42

    수정 2010-07-30 오후 4:55:59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연일 계속되는 '대기업 때리기' 의 한 가운데 놓여 있는 삼성전자가 3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영업이익 5조14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거뒀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를 후려쳐서 이익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비판이 무색해진다.

이익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데다 그마저도 협력업체가 별로 없는 반도체, LCD 등 부품 사업 부문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전자(005930)의 영업이익률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애플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5조원 공방'처럼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 놓인 우리 기업들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여론이 재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 5조원의 실체는 이렇다

2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삼성전자 이익의 원천은 세트 부문(휴대전화,TV 등)보다는 부품 부문, 국내 매출 보다는 해외 매출에 집중돼 있다.

올해 상반기에 거둔 총매출 가운데 부품이 42%, 세트가 58%를 차지했으나 영업이익에서는 부품이 71%, 세트가 29%로 부품이 3배 가까운 이익을 남겼다.

또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86%로 국내 매출 14%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제품 10개중 8~9개는 해외에서 팔린다는 뜻이다.

특히 전체 실적에서 국내 세트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9%, 영업이익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상반기 국내 세트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3.2%로, 지난해 3.0%에 이어 계속해서 3%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률 13.2%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실제로 2분기 실적만 보면 TV와 가전은 국내에서 적자를 냈으며, IT, 휴대폰 등을 포함해도 손익분기점(BEP)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협력업체가 훨씬 많은 세트 부문에서는 거의 손실에 가까운 실적을 냈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이익을 냈다는 말은 오해에서 비롯된 과장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쥐어짠다'는 협력업체의 실체가 국내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영업이익률, MS·인텔 등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는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트 부문 위주의 사업구조인 노키아를 제외하면 MS, 인텔, 애플, IBM, 하이닉스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20~30% 대의 영업이익률 달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 영업이익률 13.2%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6조원을 투자하는데 있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성과"라고 평했다.

◇ 고환율 정책의 과실을 따먹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실적에는 유로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이 달러화 강세에 의한 환차익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환율 정책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반기 글로벌 외화 비중은 달러화가 20%, 유로화 등 기타통화 비중이 80%로, 달러대비 원화 약세에 따라 이익이 개선되더라도 유로 등 기타통화가 달러대비 약세를 나타내면 이익이 감소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환율 정책의 과실을 삼성전자가 다 따먹었다"는 정부 일각의 주장도 그 근거가 부족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이익 개선 요인은 환율 영향보다는 삼성전자의 내부 경쟁력 강화를 통한 근본적인 구조개선과 체질강화, 반도체·LCD 시황호조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소모적 논쟁보다는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최대 이익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부품 가격을 인하하라"고 압력을 받고, 거꾸로 국내에서는 "납품받는 단가를 올리라"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적인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일본 IT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소니 257.4억엔, 샤프 106.9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도시바도 4.7억엔으로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하는 등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기업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
 
한 대기업 임원은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기업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반기업 정서에 기대서 감정섞인 발언으로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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