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15일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 수장(首長)들을 불러 KBS와 MBC가 지난 1월 SBS를 상대로 제기한 보편적 시청권 침해행위의 시정 요청과 관련한 각사의 의견을 들었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스포츠 중계권` 문제와 관련, 해법 마련을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 중반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참석한 KBS·MBC 사장이 향후 중계권 협상과 관련, `큰 틀에서 양보하겠다`는 전향적인 의사를 나타내면서 협상 진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
하지만, 중계권 협상과 관련 칼자루를 쥔 SBS가 2010 월드컵 공동 중계가 사실상 힘들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우원길 SBS 사장은 이날 "(중계권)재협상은 늦었다"며 "현실적으로 공동으로 중계방송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의 논의가 소용없다는 것인가`란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의 질문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 사안과 관련해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방통위의 꼴만 애매해지게 됐다.
애초 방통위는 이날 의견 청취와 앞선 내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스포츠 중계권과 관련, `보편적 시청권 90% 룰` 충족 여부와 `중계권 구매 협상의 성실한 이행` 여부 등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SBS의 이날 `깜짝발언`으로 방통위의 입장은 난처해지게 됐다. 특히, 향후 월드컵과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 중계권과 관련한 논란을 종식시키려했던 구상도 자칫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일각에선 방통위 최종결론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방통위가 이미 SBS의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를 허용한 상황이고, 공동중계보다는 단독중계를 선호하는 여론도 일정부분 존재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많다.
상황 논리상 SBS의 단독중계가 현실화되는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때처럼 SBS를 통해서만 월드컵 중계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주무부처인 방통위로선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손에 쥐게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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