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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배송업자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2월 성명불상의 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유심과 중계기를 택배로 보내줄테니 시키는대로 유심을 중계기에 넣고 빼는 작업을 하면 일당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했다. 그러나 A씨의 업무는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가 국내 연락처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단이 발신 연락처를 조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모 또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적어도 A씨가 자신이 설치한 통신중계기, 유심 등으로 범죄를 위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가 자신 행위의 적법성에 의문을 가지고 행위를 했단 사실만으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A씨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사용되는 일이 아닌지 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작업 중 경찰이 들이닥치자 순순히 문을 열어주고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영상통화 중에도 경찰관의 존재를 숨기는 등 경찰 조사에 협조적이었단 점도 고려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조직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과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도록 A씨가 매개함으로써 고의로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에서 금지하는 타인통신매개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