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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1일(현지시간)으로 백악관을 떠나는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로스엔젤레스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년 6개월간의 백악관 생활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4성급 해병대 장군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은 지난해 7월 말 국토안보부 장관에서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비서실장이 된 직후 당면한 첫 과제는 아프가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만류하는 것이다. 2017년 8월 켈리 비서실장은 뉴저지 배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클럽에서 회의를 소집했고 국방부와 국가정보국(CIA), 외교당국, 국회의원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다.
켈리 비서실장은 “이처럼 엄청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솔직히 말해 당시 여러 이유로 시스템이란 없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는 궁중암투였다고 고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의 갈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족정치에 켈리 비서실장은 쿠슈너의 비밀취급 권한을 강등하는 등 정면으로 맞서오면서 ‘군기반장’이라고 불렸다. 초대 비서실장인 라인스 프리버스는 암투에 밀려 반년 만에 밀려났다.
켈리 비서실장은 이민정책에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 대부분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는 동정심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자를 폭력과 마약범죄의 온상으로 비유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다. 다만 그는 “사람들이 계속 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한번 미국에 온 불법이민자를 되돌려보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며 “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불법 이민자는 계속 올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전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사건에 대한 지식 없이 결정을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당신이 그 결정을 좋아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결정이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 뒤 그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일하는 것이 뼈를 부스러질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며 매일 4시에 일어나 오후 9시쯤 퇴근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에서도 업무를 하는 등 15시간 정도 깨어 있었다고 말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나는 경호원에게 항상 지켜지고 있다. 심지어 맥주를 가지러 갈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정책 갈등과 고된 일정 속에서도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켈리 비서실장은 “의무감 때문이었다”며 “군인은 도망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퇴임을 결심한 시기가 지난달 미 중간선거 이후였다면서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정치적 렌즈로 볼 수 있는 사람을 둬라”는 조언을 남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