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분석)한은 "브레이크"가 먹혀들까?

  • 등록 2003-03-28 오후 6:18:19

    수정 2003-03-28 오후 6:18:19

[edaily 이정훈기자] 이번 주 채권시장의 "유동성 랠리"는 일단 멈췄다. 빠르게 진행되던 금리 하락은 한은의 개입으로 일단락됐고 장중 전저점을 경신한데서 만족해야했다. 한은 총재의 지적대로 수요가 넘쳐나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현재 시장여건 하에서 통안채 장기물의 충분한 공급이 과연 지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지 다음 주 채권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어차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터라 자연스러운 조정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쪽이 대부분이다. 다만 통안채 2년물 발행이 지표금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의구심이 있는데다, 기본적인 수급과 시중유동성 등은 아직도 시장에 우호적이라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 처방 약발 주목.."제한적 영향 그칠 듯" 재경부의 4월 국채발행계획을 계기로 "수급상 악재는 없다"며 피치를 올린 채권시장에게 한은의 "통안채 장기물 공급" 발언은 분명 충격으로 와닿았다. 일단 시장원리가 그러하듯이, "수요가 많은 반면 공급이 부족하면" 당연히 가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그만큼 하락압력을 받게 된다. 이런 점에서 통안채 공급은 기본적으로 금리 하락에 일정부분 제동을 걸어줄 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 시장에서는 지난 1월 통안채 장기물 창판에서 보여준 한은 액션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떠올리며 냉정해지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시장왜곡도 우려된다. 지표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한 배경에는 SK사태라는 마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좋고 안전한" 국공채에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국고3년 금리는 91일물 CD금리보다 아래에 있고, 벌써부터 역전된 통안2년 금리와도 스프레드를 벌리고 있다. 최근 상대적으로 통안채 인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물량공급은 2년물 금리만 더 올려놓을 수도 있다. 반면, 4월에도 재경부는 국고 3년물을 6600억원만 발행할 예정이다. 금리간 역전현상이 계속되고 특히 2년물 금리가 상승할 경우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는 카드채 문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신사 펀드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 결국 통안채 2년물 발행규모가 얼마나 될 지가 변수다. 통안채 만기가 7조원이나 되다보니 발행규모를 짐작하긴 힘든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대체로 3조5000억원~4조원 정도 발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행을 늘리고 단기로는 RP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 한은 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실제 이 정도 물량이 발행될 경우 시장에 어느 정도의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해 31일에 있을 국고채 3년물 입찰도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시장심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정양상 예상..월초 효과에 주목 다음 주 시장은 이런 점에서 조정을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정폭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통안채 장기물 공급이라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수급과 시중유동성의 큰 물줄기는 바꿔놓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당장 국고채 수요가 많은데도 재경부는 자금수요를 이유로 4월에도 턱없이 부족한 물량만 공급할 예정이다. 전쟁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당장 회사채 발행을 늘릴 이유가 없다. 공급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이다. 적수가 최근 다소 나빠졌다지만, 시중 유동성은 충분하다. 은행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고 1분기를 넘기면서 4월초 새로운 회계연도를 맞은 기관들이 자금을 유입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도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 보인다. 그동안 월말에 자금 집행이 집중되면서 투기적 세력이 이를 이용한 측면이 있었지만, 4월부터 국채선물에 참여하게 돼 월중 선물을 매수해뒀다가 월말에 선물을 처분하고 현물을 매수하는 전략이 예상돼 안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밖에도 은행과 증권사들의 주식연계채권(ELS) 발행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1년 이하의 단기채권 매수 수요도 꾸준하다. 이런 우호적 요인들이 금리 상승폭을 제한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소 오버슈팅됐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으로 새로운 가격 메릿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다만, 다음 주 발표될 3월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로 4%를 넘어설 수도 있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31일 3월 시카고구매관리자지수(PMI) ▲4월1일 2월 건설지출, 3월 ISM 제조업지수, 레드북 소매매출 ▲2일 2월 공장주문 ▲주간실업수당 신청건수, 3월 ISM 비제조업지수 ▲4일 3월 실업률 등의 지표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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