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주총 안건 반대 10% 늘었다…칼자루 쥔 국민연금 표심은

[마켓인]
지난 2017~2022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현황
반대 비중이 12.9%→23.3%…10.4%p 증가
지난 2020년부터 위탁사에 일부 의결권 위임 중
의안 중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 반대 가장 많아
다음 달 SM 경영권 분쟁서 어떤 선택할지 ''관심''
  • 등록 2023-02-24 오후 5:34:18

    수정 2023-02-24 오후 5:34:18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기업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비중이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실제로 주주총회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국내 증시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표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17~2022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현황. (자료=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늘고 반대 비중도 ‘증가’

2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연금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의 반대 비중이 5년 동안 12.9%에서 23.3%로 10.4%포인트(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찬성 비중은 86.9%에서 10.6%p 떨어진 76.3%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전인 지난 2017년엔 전체 의결권 행사 안건 수가 총 2899건이었다. 그중 국민연금은 2519건(86.9%)에 찬성했고, 373건(12.9%)엔 반대표를 던졌다. 그 외에는 중립 혹은 기권(7표, 0.2%)이다.

하지만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전체 주총 수와 의결권 행사 안건 수 모두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2864건을 시작으로 △2019년 3278건 △2020년 3397건 △2021년 3378건 △2022년 3439건 등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지난 2020년부터 일부 의결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고 있다. 위탁운용사가 행사한 안건의 비중은 3개년 평균 42% 수준이다. 국민연금을 대신해 위탁운용사가 반대표를 던진 비중도 지난 2020년 19.4%(268건)에서 24.8%(370건)로 늘었는데, 여기에는 불통일행사(다수 의결권의 찬성·반대 불일치)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단순히 주식 보유와 그에 따른 의결권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SM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반대한 안건은

국민연금이 반대한 의결권 안건 내용을 살펴보면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와 ‘이사 및 감사 선임’ 등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에 반대한 건수가 총 342건(42.6%)으로 전년 대비 164건(10.2%p)이나 늘었다. 지난해 전체 반대 803건 중 절반 가까이 해당하는 규모다.

국민연금은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반대하기 때문에 전년 대비 반대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지난해 국민연금은 ‘이사 및 감사 선임’에 251건(31.3%), ‘정관변경’에 114건(14.2%) 등 안건에 반대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 가운데 SM엔터(041510)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SM 지분 8.96%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352820)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카카오와 SM 현 경영진 간 다툼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에 따라 SM의 경영권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17일 열린 한국상장사협의회 회원사 대상 설명회에서 올해도 의결권 행사가 전년보다 더 늘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이동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내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은 조금 줄지만 기금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금액이 늘기 때문에 앞으로도 안건 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올해도 예년보다 조금 더 늘거나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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