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너무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워 숨이 벅차오릅니다.”
김경일(53·
사진) KG동부제철 생산본부 건설투자실장(상무)은 지난 10일 KG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진행된 컬러강판 생산라인 및 기술연구소 준공식에서 투자경과를 보고하던 중 숨이 차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에선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쓴 채 말을 하는 바람에 숨이 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컬러강판 준공식이 실현된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앞서 KG동부제철의 전신인 동부제철은 2004년 인천공장 컬러강판(4기) 투자 이후 컬러강판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김 상무로선 이번 컬러강판 증설이 2007년 열연공장 신설 이후 약 13년 만에 이뤄진 설비투자라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 ▲김경일 KG동부제철 생산본부 건설투자실장(상무)이 10일 KG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진행된 컬러강판 생산라인 및 기술연구소 준공식에서 KG그룹 임직원들에게 투자경과를 보고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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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는 이번 컬러강판 2기 생산라인 건설을 총괄지휘한 책임자로 KG동부제철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4년 첫 직장으로 동부제철(현 KG동부제철)에 입사한 그는 서울 본사에 있다 1999년 9월 당진공장 냉연공장이 가동되면서 당진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진공장 냉연공장은 건설과정에서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건설이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후 철강업황 호황이 2004년까지 이어지면서 동부제철은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며 열연(전기로)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하지만 2009년 리먼사태로 스크랩가격이 폭등하면서 동부제철은 매년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이 악화됐다. 결국 동부제철은 2014년 채권단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김 상무는 당시 베트남 고로건설을 위한 파견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2017년 베트남공장을 매각한 후에야 국내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서 전기로를 매각하는 업무를 담당했지만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제재 영향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란 업체에 매각할 수 없었다”며 “상황이 꼬이면서 회사 정상화는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고 회고했다.
| ▲KG동부제철 당진공장 컬러라인 및 기술연구소 준공식이 10일 오후 충남 당진 송악읍 KG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열렸다. 곽재선(오른쪽 다섯 번째부터) KG동부제철 회장, 김홍장 당진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신규 칼라라인(No.5 CCL, No.6 CCL 등 2기) 준공으로 KG동부제철의 칼라강판 생산능력은 기존 연간 50만톤에서 80만톤으로 확대됐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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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의 반전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인수후보가 전무했던 동부제철을 KG그룹이 인수의향을 타진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그 해 4월 KG그룹, 산업은행 등이 가진 사전미팅에서 ‘인수후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 실제 브리핑까지 했다. 경영정상화 방안에 담겨있던 내용이 지금의 당진공장 컬러강판 생산라인 증설이다. 김 상무는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향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컬러강판 4기와 아연(도금)공장 설비 확충 등을 제안했다.
그후 9월 동부제철을 품에 안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곧바로 95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컬러강판 2기 건설을 결정했다. 김 상무는 이를 계기로 현재의 건설투자실을 직접 세팅하고 2020년 4월부터 생산라인 착공에 착수했다. 김 상무는 “KG그룹의 인수설이 나왔을 때만해도 (인수 후 재매각 등)여러 소문이 돌았던 터라 퇴사할 생각마저 했다”며 “하지만 실제 인수후 곽재선 회장께서 투자를 결정하자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컬러강판 준공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회사에 출근하는 보람이 생겼다”고 했다.
김 상무는 특히 건축자재용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6호 라인의 경우엔 아시아 최고의 생산 속도인 200mpm(분당 200m의 강판 생산)을 실현한 설비라고 강조했다. 전세계 유례없는 생산 속도로 독보적인 원가경쟁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곽 회장께서 기념사를 통해 언급했듯이 앞으로 7, 8, 9기 컬러강판 생산라인이 순차적으로 완공되면 현재 경쟁사인 동국제강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KG동부제철은 이제 희망이 넘치는 강한 철강사로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손꼽힐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