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켈은 20일(현지시간) 밤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당수로 있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 이하 ‘기민당’) 지도부 회합 결과 내년 9월 총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열린 기민당 지도부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는 내달 5일 열리는 에센 전당대회 때 임기 2년의 기민당 당수직에도 재도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메르켈은 “재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이번 결정은 당이나 나 개인 자신을 위한 하찮은 결정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가치와 생활방식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지금 매우 힘들고 불확실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나의 모든 경험과 재능을 독일 섬기기에 쏟아부어야 한다”며 연임에 도전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긴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전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감에 대해서는 “영광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목표는 국가의 화합”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자 간의 투쟁을 원한다”며 “민주주의자 간의 투쟁을 원하며, 혐오나 격하, 배제는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메르켈은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총리직에 올랐다. 이후 2009년, 2013년 총선에서도 승리해 현재까지 3연임, 집권 11년 차에 들어섰다. 독일에는 총리직 임기 제한이 없다. 메르켈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하면 1989년 독일 통일을 이룬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최장기 집권 16년과 같은 기록을 갖게 된다. 내년 임기만 마쳐도 11년간 총리에 올랐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를 능가해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되기도 한다.
그의 4연임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난민 위기 문제로 인기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독일에서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독일 매체 빌트암존탁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메르켈이 4선 총리직을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지난 8월 42%보다 확대된 것이다. 이에 맞서 사민당은 좌파당, 녹색당 등과 함께하는 좌파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이들 3당의 합산 지지율이 50%가 안 되기 때문에 힘겨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토마스 스트로블 기민당 대변인은 메르켈에 대해 “그는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흔들리지 않는 바위와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