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학생들이 28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본교 행정관 앞에서 ‘최순실 게이트’관련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고준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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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가 28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본교 행정관 앞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관련 시국언선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은 짧지만 우리가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미래는 길다”며 “주권자의 이름으로 정권에 퇴진을 명한다”라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주권자의 이름으로, 정권에 퇴진을 명한다.
오늘 우리는 주권자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에 퇴진을 명한다.
피 흘려 이룩한 우리 대한민국의 근본원리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실세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행정권을 아무 자격 없이 남용하였다. 이 국정 농단으로 국민의 주권은 전면 부정당했고 헌법의 가치는 허울뿐인 것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거짓된 사과로 사건을 축소규정하기 바빴다. 이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비통함을 느낀다.
2년 전 팽목항에서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도, 광화문의 물대포에서도, 대사관의 소녀상 앞에서도 정권의 몰상식함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땅에 최소한의 민주주의 원칙만은 남아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마주한 진실은 그 믿음마저 처참히 짓밟았다. 우리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사리 판단과 직무수행 능력마저 없음을 이제야 명시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이를 한탄하며 이제는 현 시국에 침묵하지 않을 것을 선포한다. 그간의 침묵이 얼마나 부끄러웠던 것인지 우리 자신을 반성함과 동시에, 더 이상 역사에 기록될 시대의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행동의 선봉에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사명 아래, 주권자의 이름으로 허수아비 같은 대통령에게 그 자리에 앉을 자격과 책임을 묻는다. 우리는 선배열사들이 그랬듯, 그 물음을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가 아닌 거리에 모이는 함성으로 만들 것이다. 현 시국은 정국을 평론할 지성이 아닌 정국을 바꾸어낼 지성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우리는 1987년 이후 또 한 번의 역사적 순간 앞에 이렇게 서 있다. 우리의 양심은 이미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숭고한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농단하고, 국민들의 땀과 눈물과 피를 농락하는 정권이 설 자리란 없다. 이제 이 나라의 진정한 주권자가 누구인지 보여줄 때이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을 기만하고 정치적 대표성을 상실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엄중히 요구한다.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퇴보를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정권은 짧지만, 우리가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미래는 길다.
민중해방의 불꽃
제58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