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스 앤 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한 직후 문을 연 세계 증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코스피의 경우 8~9일 이틀 연속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도 악몽 자체였다. 다우지수는 사상 여섯 번째 큰 폭락세를 보이는 등 말그대로 `블랙 먼데이`의 암흑을 체험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불과 일주일새(5일~12일) 세계 증시의 시장 가격은 7조6000억 달러나 폭락했다. S&P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1980년대 국가간 자본·신용이동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세계 기업들의 주식 및 채권을 사기 시작하자 신평사의 영향력은 글로벌화 된다. 각국도 해외에 나가 국채를 발행하면서 이른바 `국제 신용평가사`의 말 한마디에 목매기 시작한다.
◇ 97년 한국, 2011년 유럽·미국..공포는 계속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7월 초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네 단계 낮은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리자 유럽 국가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이어졌다. 그리스 재정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리저리 애를 쓰고 있는 유로존의 노력에 재를 뿌린다는 비난이었다.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화룡점정`이었다. 김주현 현재경제연구원장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뢰를 크게 잃은 신용평가사들은 지금 '선명성' 경쟁 중"이라고 판단했다. 김 원장은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영국이나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게 된다면 금융시장의 도미노식 파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