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리스크] `글로벌 위기` 배후엔 신평사가 있다

신평사, 8월 금융시장 요동의 진원지
亞·유럽등 높은 불신에도 여전히 `막강권력`
  • 등록 2011-08-29 오후 6:00:00

    수정 2011-08-30 오전 8:30:32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8월 8일 “코스피 장중 한때 143.75포인트 폭락… 2년7개월만에 사이드카 발동”,  “뉴욕증시 `블랙 먼데이`… 다우지수 사상 6번째 큰 폭 추락” 8월 9일 “코스피 장중 한때 1684.68…하락폭 184.77포인트로 사상 최고치” 8월12일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 등 공매도 금지조치“

지난 5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스 앤 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한 직후 문을 연 세계 증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코스피의 경우 8~9일 이틀 연속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도 악몽 자체였다. 다우지수는 사상 여섯 번째 큰 폭락세를 보이는 등 말그대로 `블랙 먼데이`의 암흑을 체험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불과 일주일새(5일~12일) 세계 증시의 시장 가격은 7조6000억 달러나 폭락했다.  S&P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21세기에 특정 국가를 살리고 죽이는 건 총이 아니라 돈이다. 그리고 그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권력의 최정점에는 이른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있다. 각국 정부와 시장은 그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아직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8월 증시가 입증했다.     ◇ 시발점은 철도채권에 등급 부여  3대 신평사는 모두 미국 회사로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S&P는 1860년, 무디스는 1900년, 피치는 1913년 각각 설립됐다. 초기에는 미국 철도채권에 대한 등급을 매기는 수준이었다. 경제구조와 규모가 커지면서 역할이 확대됐다. 날개를 단 건 197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은행, 증권사의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독점적인 자격을 이들에게 부여했다. 권력의 시작이었다.

1980년대 국가간 자본·신용이동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세계 기업들의 주식 및 채권을 사기 시작하자 신평사의 영향력은 글로벌화 된다. 각국도 해외에 나가 국채를 발행하면서 이른바 `국제 신용평가사`의 말 한마디에 목매기 시작한다.

◇ 97년 한국, 2011년 유럽·미국..공포는 계속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신평사의 힘을 절감해야 했다. 이들은 1997년 10월부터 불과 한두 달 사이에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6~12단계나 끌어내렸다. 위기가 다가올 땐 눈을 감고 있던 이들이 한국 경제가 결국 벼랑 끝에 매달리자 등을 떠민 것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7월 초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네 단계 낮은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리자 유럽 국가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이어졌다. 그리스 재정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리저리 애를 쓰고 있는 유로존의 노력에 재를 뿌린다는 비난이었다.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화룡점정`이었다.    김주현 현재경제연구원장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신뢰를 크게 잃은 신용평가사들은 지금 '선명성' 경쟁 중"이라고 판단했다. 김 원장은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영국이나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가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게 된다면 금융시장의 도미노식 파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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