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마트·백화점, ''미 쇠고기 팔까 말까'' 고심중

  • 등록 2008-05-06 오후 9:17:03

    수정 2008-05-06 오후 9:17:03

[노컷뉴스 제공] 최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갈 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대형 할인마트와 백화점을 통한 판매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간에 미 쇠고기 수입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2일 '수입위생조건 개정고시' 입안예고했다. 뼈를 포함한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도 수입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고시는 입안예고 뒤 20일 후인 오는 15일이면 최종고시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쇠고기 뼛조각 파동으로 검역중단 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먼저 부산 세관에 보관 중인 미국산 쇠고기 5,300톤이 검역과정을 거쳐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악화되는 여론을 감안한 듯 시중 대형 할인마트와 백화점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여부에 조심스런 반응이다.

전국에 가장 많은 지점을 갖고 있는 이마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즉각 판매 결정을 내릴 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한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성 문제가 먼저 선결돼야 판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

지난해 선제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 축산업계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던 롯데마트 역시 판매 일정은 물론 판매 여부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이 역시 최우선"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판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마트라는 특성상 소비자와 최접점에 서있기 때문에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최근 악화되고 있는 여론에 조심스레 반응했다.

상황은 홈플러스도 마찬가지. 홈플러스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며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한 다른 업체보다 먼저 나서서 판매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 마진이 한우나 호주산보다 커 유통업체 입장에서 판매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생각한다"며 "작은 마진을 노렸다가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대형 할인마트뿐 아니라 백화점 역시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 국내 백화점의 경우 고급 한우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에 한우를 제외한 수입 쇠고기(호주산) 판매 비중은 한우의 1/10 수준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라는 특성상 이미지와 관련해 여론을 수렴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매출에서 크게 매리트(장점)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판매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 역시 "고급 냉장육 중심의 프리미엄 한우로 승부를 걸겠다"며 판매 계획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대신 신세계백화점은 한우의 마블링 정도나 항생제 투여 여부, 질병감염 여부 등을 따져 고급 한우를 꾸준히 공급할 방침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촉발된 '쇠고기 괴담'이 쇠고기 소비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주 동안 전국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판매된 쇠고기(한우와 호주산) 매출은 전주대비 각각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역시 쇠고기 매출이 7% 이상 떨어졌다.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서 쇠고기 전체에 대한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

반면 '대체제'로 여겨지는 돼지고기 판매량은 큰 폭으로 늘어 대조를 보였다. 롯데마트의 경우 돼지고기 매출액이 11% 가량 증가했고 홈플러스도 18% 늘었다. 이마트 역시 돼지고기 판매량이 20% 급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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