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로또복권, 그리고 `뚱뚱한 꼬리`

  • 등록 2003-01-08 오후 5:27:55

    수정 2003-01-08 오후 5:27:55

[edaily 정명수기자] 연초부터 대박을 노리는 복권 추종자들의 마음이 들떠 있습니다. 로또 복권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죠. 그런데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복권은 "돈놓고 돈먹기, 확률은 무슨 확률"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복권과 확률은 현대 금융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경제부 정명수 기자가 복권 속에 숨어있는 시장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로또 복권이 인기 폭발입니다. 45개 숫자 중 6개를 맞추는 것으로 이번주 1등이 나오면 당첨금이 53억원이라고 하네요. 로또 복권 속에는 재미있는 확률이 숨어있습니다. 우선 1등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입니다.(45 Combination 6, 45개 숫자 중 6개를 뽑는 경우의 수) 1등에 대한 기대 값은 이 확률에 당첨금 53억원을 곱하면 되는데 고작 650원에 불과합니다. 로또 복권이 2000원이니까 복권 사업자는 엄청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죠. `814만5060분의 1`이라는 확률은 814만5060번 복권을 살 때 1등 당첨이 1번 정도 된다는 뜻입니다. 매번 2000원짜리 복권을 1장 산다면 복권 구입 비용은 무려 162억9012만원에 달합니다. 복권 추첨을 매주 한번씩 하니까 814만5060번 복권을 사기 위해서는 15만6635년(!)이나 기다려야합니다. 매주 한번씩 1장의 복권을 샀을 때 1등이 당첨되려면 15만년이 걸리니까 `확률적으로` 복권 당첨은 5000세대를 이어야 겨우 이뤄낼 수 있는 `기적 중의 기적`입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처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이 `때때로` 일어나곤 합니다. 1960년대 초 미국의 경제학자 유진 파머는 다우존스 지수에 들어있는 종목 30개의 주가 동향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주식이 정상분포 곡선에서 확률이 낮은, 극단적인 가격 동향을 보여 주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이죠. 주가 움직임을 무작위적이라고 할 때 가격은 정상분포 곡선을 따르기 마련인데 이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단적인 가격 급변이 많았다는 겁니다. 유진 파머 교수는 "만약 모든 주식 가격이 평균에서 완벽하게 정상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면, 평균에서 5시그마(표준편차) 이상의 변동은 7000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야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변동은 매 3~4년마다 나타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진 파머 교수는 이상적인 시장과 달리 현실의 시장은 `불연속적인` 가격변화, 불규칙한 도약을 겪는다고 지적합니다. 대부분 가격은 예측한 대로 움직이지만 느닷없이 궤도를 벗어나는 날도 많다는 것이죠. 유진 파머 교수는 가격변동과 그 확률을 나타낸 그림에서 양극단(tail)이 생각보다는 부풀어 올라있는 것에 착안, 이를 뚱뚱한 꼬리(fat tail)라고 불렀습니다. 뚱뚱한 꼬리가 어떤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는지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미국 주가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23%나 급락했던 블랙 먼데이가 대표적입니다. 경제학자들이 과거의 주가 변동성을 추적한 결과 블랙먼데이가 일어날 확률은 `희박`하지만 분명히 제로(zero)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 확률은 "우주의 생성과 소멸이 수백만 번 있었다고 할 때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정도"라고 합니다. 이제 시장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8일 채권시장에서는 국고3년 수익률이 2001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에 4.99%까지 떨어졌습니다. 연초부터 "채권수익률이 5%선을 뚫고 내려갈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국고3년 5%선은 쉽게 뚫기 어려운 커다란 `벽`으로 느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5% 벽을 과연 깰 수 있을까, 그 확률은 얼마나 될까, 4%대에 안착할 수 있을까 등등.. 시장참가자들이 5% 벽 앞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할 때 저는 로또 복권 당첨 확률과 뚱뚱한 꼬리를 떠올렸습니다. 금융시장에서 가격은 어떤 방향으로, 어느 만큼 나아갈 것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금리가 4.99%에 살짝 갔다가 상승할 수도 있고, 4%선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그 확률은 로또 복권 당첨 확률보다 높을까요, 낮을까요. 그 확률이 혹시 뚱뚱한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요. 정책 당국자들이 금리가 4%대에 들어서자 약간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듯합니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은 누가 어떻게 제어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원하는대로 복권에 당첨될 수도 없고, 뚱뚱한 꼬리에서 이런 저런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시장의 행동, 가격 움직임을 한 방향으로 예단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시장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한 확률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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