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가수 리쌍 소유 건물 1층에서 세입자 서윤수(36)씨를 만났다. 하루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임대차보호법 위헌법률심판청구 기자회견 참석 등 장사 외에도 바쁜 일정을 보낸 그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서씨는 시민단체와 함께 여론조성에 나서는 적극적인 대응의 이유가 “여기서 물러나면 수억원대 빚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세입자로서의 절박한 처지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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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하기 전까지는 건설회사에서 재개발 업무를 맡아 일하며 어찌 보면 세입자를 내쫓던 입장이었던 제가 거꾸로 이런 입장이 될 줄은 몰랐네요.”
계약 1년 뒤 옛 건물주가 세금계산서 상의 임대료를 300만원으로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인 게 결정적인 화근이었다. 서씨의 경우 실질임대료를 적용하면서 법의 보호기준인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기존 2억 4000만원에서 3억 400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관련 법상 환산보증금 3억원(서울 기준) 이상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계약을 연장할 권리를 잃게 된다.
이미 계약기간이 작년 10월로 종료된 서씨의 화살은 새 건물주 인 가수 리쌍이 아닌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법을 향했다. 그는 “이번 일은 현실성 없는 법이 문제로 건물을 매입한 리쌍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며 “그나마 1억원 넘는 보상비를 주는 게 어디냐며 주변에서는 그거라도 받고 나가라는 권유가 많다”고 했다. 현재 리쌍 측은 서씨가 다음달까지 이사를 마치는 조건으로 보상비 1억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리쌍 측과의 협상이 법적소송으로 비화한 점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표했다. 서씨는 “리쌍쪽 대리인 말을 들어보면 대출을 끼고 건물을 사서 임대료 수입 만으로는 수지가 안 맞으니 직접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바닥부터 장사를 시작해 세입자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그들이 예전 마음을 잊고 건물주 입장만 내세우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리쌍 측은 현재 건물 1·2층 세입자 모두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자리에 직접 주점 등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서야 겨우 가게가 자리를 잡게 됐는데 여기서 밀려나면 빚만 2억~3억원을 떠안게 됩니다. 권리금을 돌려받겠다는 건 꿈도 꿔본 적 없습니다. 다만 5년 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서씨는 “몇 년 전 참사가 벌어진 용산세입자들은 같은 자리에서 10여년 간 장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차라리 부러운 사람들”이라며 “세입자를 내쫓는 이런 법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만 더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는 서씨와 리쌍 사이 명도소송 결심공판은 다음달 5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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