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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18년 6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바지를 바지를 벗고 주요 부위가 드러나는 속옷을 입는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붙잡혀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과거 비슷한 행위를 하다가 경범죄 처벌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2조’를 적용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2조는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탕 및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하거나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이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원은 성폭력처벌법상 ‘다중이용장소’가 다른 사람이 볼 경우 성적 수치심을 불러올 수 있는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것이 수반되고, 성별 등에 따라 일정 범위에서 출입이 제한돼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해놨다.
당시 재판부는 “예를 들어 성적 목적으로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가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행위는 해당 장소의 다른 이용자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며 “그렇더라도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이 행위를 성폭력처벌법 12조의 규제 대상이라고 해석하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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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에 해당하지 않았다. 공개된 장소에서 주요 부위를 노출한 사람에 대해 적용할 수 없을 만큼 속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 또 형법상 공연음란죄의 경우 음란한 행위를 동반해야 처벌이 가능하기에 점포 안을 배회하기만 한 A씨에 대해 이 법률들을 적용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19년 8월 29일 열린 항소심 재판은 1심 판결의 손을 들어주었다. A씨가 ‘무죄’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사건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여중·여고 앞에 흔히 나타났던 일명 ‘바바리맨’의 경우 경범죄 처벌법에 해당한다. 경범죄 처벌법은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공공연하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이에 대해 적용된다.
다만 음란한 목적에 의해 행했음이 증명되거나 퇴거 명령을 받고도 물러나지 않은 경우, 해당 장면을 본 피해자를 쫓아간 경우 등은 공연음란죄로 다뤄진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처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그치지만 공연음란죄의 경우 징역 1년 이하의 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성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상공개 리스트 등록 명령 등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