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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국채금리가 또 급등했다.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두 달 만에 ‘심리적 저항선’ 2.9%를 넘어섰다.
연초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탠트럼(채권 발작·금리 급등)’ 공포감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최근 강세 압력(채권금리 하락)이 강했던 국내 시장도 덩달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 넘은 美 국채금리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63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131%에 마감했다. 두 달 전인 지난 2월22일(2.9207%) 이후 최고치다.
2월21일 당시 연고점(2.9500%)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이틀간 8bp 넘게 올랐다는 점에서 급격한 상승으로 볼 수 있다. 3% 벽마저 넘어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장기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의 흐름은 중요하다. 이 금리에 가산금리가 붙어 다른 장기채권의 금리 수준이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국채 발행량과 유통량이 독보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금리 흐름에 국제금융시장 전반이 요동치는 이유다.
간밤 장기금리가 급등한 것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 때문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일부 금융 불안정 신호가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 밖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도 시장이 눈여겨 보고 있는 변수다.
실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당시와 비교해 0.4%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장기물뿐만 아니다. 연준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도 1.68bp 오른 2.4359%에 마감했다. 10년 전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시장에 형성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다만 장기물의 상승 폭이 훨씬 컸던 만큼 채권수익률곡선은 가팔라졌다.(커브 스티프닝) 채권수익률곡선은 만기까지의 기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익률의 변동 상황을 나타내는 그래프다. 단기물 금리가 낮고 장기물 금리가 높으면 곡선이 가팔라지고(커브 스티프닝), 반대의 상황이면 평탄화(커브 플래트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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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채권시장도 약세 압력 불가피
서울채권시장도 이같은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7bp 상승한 2.212%에 거래됐다.
장기물의 약세 폭은 더 컸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0bp 급등한 2.687%를 나타냈다. 초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3.5bp, 3.0bp 올랐다.
국채선물시장도 마찬가지다. 오전 11시40분 현재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8틱 내린 107.74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전날과 비교해 43틱 하락한 119.99에 거래 중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동향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은 현재 3년 국채선물과 10년 국채선물을 각각 761계약, 4260계약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3월 중순부터 한 달 넘게 국채선물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다가, 전날부터 매도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시장 악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했다”며 “국내 금리는 미국 시장 연동 후 외국인의 매매 눈치를 보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